[사설] 카드 수수료 폭리 왜 방치하나

입력 2010-12-10 17:55

우리나라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유럽의 10배에 이른다고 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우리나라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은 2.11%, 체크카드는 1.85%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프랑스(0.7%), 호주(0.8%)의 2∼3배에 이르고 체크카드는 덴마크(0.15%), 스위스(0.2%)의 10배 수준이다.

신용카드 수수료율도 문제지만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용카드는 카드사가 일단 가맹점에 돈을 대납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과 떼일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잔고에서 빠져나가는 체크카드는 그런 요인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신용카드와 별 차이 없는 높은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으니 근거와 논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내리지 않은 이유는 뻔하다. 이것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체크카드 이용이 늘면서 국내 5대 전업카드사의 체크카드 수수료 수입은 지난 2005년 424억원에서 지난해 4400억원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폭증했다. 게다가 가맹점에 대해 굳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차별화시킬 이유가 없으니 그냥 밀어붙이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회원 확보를 위해 이용자에게 온갖 혜택을 주고 엄청난 광고물량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가맹점으로부터 챙긴다. 하지만 대부분 가맹점은 재료비와 임대료, 인건비, 세금 등을 제하면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평균 10% 미만이다. 여기에서 2% 안팎의 카드 수수료는 매우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은 혜택만 보는 게 아니다.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익은 카드사들만 보게 되는 것이다.

카드사와 가맹점은 ‘갑’과 ‘을’의 관계가 워낙 뚜렷해 시장원리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기가 힘든 구조다. 이에 따라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