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밝혀주세요… ‘특별한 크리스마스 트리’
입력 2010-12-10 17:25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곳곳에서 흘러나오던 크리스마스 캐롤을 올해는 듣기 어렵다. 길거리 여기저기서 ‘어려운 이웃을 돕자’며 딸랑거리는 구세군 종소리의 울림도 예년만 못하다. 왜 안 그렇겠는가. 지난달 하순 연평도 사건이 터지면서 연말 축제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비슷한 시기에 불거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로 기부하고픈 마음도 사라져 구세군 냄비를 그냥 지나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렵지만, 그래도 성탄절이다. 가족들과 함께 예수님 탄생을 축복하고, 사랑을 나누어야 할 때다. 성탄절 분위기를 북돋워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크리스마스트리다. 걱정거리 많은 올해는 겉만 번지르르한 트리 대신 알맹이가 튼실한 그린 트리를 만들어보자. 솜씨가 없어 망설이는 이들에게 배천범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세탁소에서 세탁한 옷을 걸어 주는 하얀 옷걸이야말로 좋은 재료”라고 추천했다.
배 명예교수는 “옷을 걸기에는 약해 버리는 가정이 많은 이 옷걸이를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오순도순 트리를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세탁소 옷걸이를 구부려 케이블타이로 연결해 나무, 공, 기둥 등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 케이블 타이는 전선 정리용 소품으로 철물점 등에서 판매한다. 배 명예교수는 “옷걸이를 빨강 파랑 노랑 등 스프레이 페인트로 색칠해서 모양을 만들면 더 예쁘다”면서 “천장에 달아 아래로 쭉 늘어뜨려도 멋스럽다”고 말했다.
모양이 완성된 다음 방울이나 카드를 장식으로 매달면 우리 집만의 개성 있는 트리를 가질 수 있다.
정말 멋진 트리가 될까 의심스럽다면 서울 청담동 박재원 매장을 찾아보자. 배 명예교수가 세탁소 옷걸이로 손수 만들어 박씨에게 선물한 세탁소 옷걸이 트리가 쇼윈도에 놓여 있다. 박씨는 “손님 중에는 설치미술이라고 묻는 이들이 종종 있다”면서 “천덕꾸러기인 세탁소 옷걸이가 이렇게 멋있게 변신할 줄은 몰랐다”고 즐거워했다.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과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랑나눔트리’에도 눈길을 돌려 보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산타원정대(santamembers.or.kr)에 들어가면 ‘산타원정대’라는 커다란 방울을 머리에 단 초록색 전나무가 나타난다. ‘착한 아이들은 선물을 받는다’는 아이들의 믿음을 지켜주기 위해 초록우산이 마련한 트리다. 트리 장식을 누르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법들이 나타난다.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도록 매일 1000원씩 적립해 줄 나눔산타, 산타를 대신해 선물을 나눠줄 활동산타 등을 자원할 수 있다. 또 일시후원을 할 수도 있다.
서울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도 멋진 사랑나눔트리가 있다. 이 호텔 1층 중앙에는 10미터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고, 그 아래로 15년째 연말마다 사랑을 담은 자선열차가 달리고 있다. 알프스 산골 마을의 풍경으로 꾸며진 지하 1층 분수대 주위에는 고속열차, 화물열차 등 다양하고 깜찍한 모양의 열차 100여대가 전시 기간 내내 60여 후원사의 로고를 입은 채 운행된다.
철로 주변 곳곳에 모금함이 마련돼 있어 구경하는 이들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후원사의 기부금과 모금한 수익금 전액은 복지시설에 전달된다.
7일 선보인 자선열차는 새해 1월 16일까지 사랑의 달리기를 이어간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