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 요구조건 완화 의혹… 기존 대출계약서·부속서류 외 구속력 있는 문건 대체 허용

입력 2010-12-09 21:11

현대건설 채권단이 지난 7일 새벽 현대그룹 측에 공문을 보내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과의 대출계약서 또는 다른 구속력 있는 서류를 제출토록 해 요구조건을 완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9일 현대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공동 매각주간사인 외환은행 측은 당초 지난달 30일 현대그룹 측에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차 제출 시한이던 7일 새벽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 또는 별첨자료’로 조건을 변경했다.

별첨자료는 대출계약서나 그에 준하는 ‘텀 시트(term sheet)’ 등 대출 조건이 포함된 구속력 있는 문건이라고 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텀 시트만 내도 된다고 요건을 완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텀 시트는 조건합의서를 의미하므로 법률적 구속력이 없고, 본계약 체결시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즉 텀 시트는 완결성이 인정되는 문서가 아니므로 협상 진행에 따라 복수의 텀 시트가 작성될 수도 있고 별도의 합의나 이면 약정이 없다는 점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외환은행 측도 지난달 30일, 12월 7일 새벽, 12월 7일 저녁 등 세 차례에 걸쳐 현대그룹 컨소시엄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7일 새벽 발송한 문서 중 별첨 자료는 대출 조건이 포함된 구속력 있는 문건을 요구한 것이므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채권단의 일원인 정책금융공사 측도 “확실히 자금 출처를 밝히기 위해 내용을 적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채권단은 7일 새벽에 보낸 2차 공문에서는 나티시스 대출확인서에 서명했던 2명의 서명자 직책과 권한에 대한 자료를 첨부하라고 했다가 저녁에는 이 부분을 삭제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