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방문’ 다이빙궈 무슨 얘기 했을까… ‘도발행동 자제’ 北에 요청했을 가능성
입력 2010-12-09 20:27
우리 정부가 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평양 면담을 주목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다이 국무위원의 방북 자체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고조된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다이 국무위원의 평양행은 예상보다 늦어진 측면이 있다. 그가 연평도 사태 나흘 뒤인 지난달 27일 전격 방한, 이튿날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할 때만 해도 곧바로 북한으로 날아갈 것으로 예상됐었다.
다이 국무위원의 ‘지각 방북’이 이뤄지기까지에는 북·중 간에 이견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입장차를 좁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 다이 국무위원이 김 위원장에게 연평도 포격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도발적 행동’ 자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태도변화에서 중국이 역할을 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통상적으로 볼 때 중국이 북한에 한반도 내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고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면담에 배석, 중국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모종의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 측으로부터 다이 국무위원의 방북 사실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이 국무위원 방북이 북한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북한이 중국 측 체면을 봐 다이 국무위원 일행을 맞아들였지만, 연평도 포격 등에서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이 국무위원 방북에 맞춰 북한은 또다시 연평도 포격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겼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서기국 상보’를 통해 “연평도 포격 사건은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에 의해 면밀히 꾸며지고 의도적으로 감행된 또 하나의 엄중한 반공화국 군사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또 포격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는 내용의 문건을 우리 사회·종교 단체에 팩스로 보내며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각각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으로부터 지난 7일과 8일 연평도 포격 사건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내용의 문건을 팩스로 받았다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