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시동 잘 걸릴까
입력 2010-12-09 18:11
‘전기차 시대, 계획대로 올까?’ 정부가 최근 전기차 등 그린카 보급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업계에선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100만대에 이르는 전기차를 충전할 만큼 발전량이 충분한지, 또 줄어들 유류세를 보충할 다른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다.
◇전기는 충분할까?=전력거래소의 내부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전기차가 100만대 보급될 경우 전력수요가 시간당 2300기가와트(GW), 최대전력은 630메가와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30%가 동시에 충전할 경우 최대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요를 적절히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정부는 전기차 등 전력 수요 증가를 감안, 예정보다 빨리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이는 2008년 마련된 4차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통상 5년마다 새로 마련하는 일정을 크게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발전소 건설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발전소 건설이 순조롭더라도 송배전 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수요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지만 정작 발전소는 대개 남부지방에 들어서기 때문. 전력업계 관계자는 “송전탑 등 추가 송배전 시설이 필요한데 기피 시설로 인식되는 데다 땅값도 올라 예전처럼 간단하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류세 감소는?=전기차 숫자가 늘어날수록 가솔린차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2015년까지 내수시장 그린카 보급률을 21%로 늘리기로 했었다. 이 경우 유류세 감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2006년 석유류 세수는 25조9300억원으로 총 국세의 18.8%를 차지했는데 이 비율이 최근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류세 비중을 감안하면 전기차 비율이 10%만 줄어들어도 2조원 이상의 유류세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분석에는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그린카 보급 전략을 마련한 지식경제부,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들은 “세금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작 기재부 관계자는 “그린카에 대해 어느 정도로 세제 지원할지, 보조금을 지급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유류세 감소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기차 배터리에 세금을 붙여 유류세를 대신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든 배터리가 단일화돼야 이 방안이 가능하다”며 “배터리 업체마다 기술개발 방향이 조금씩 달라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상 결과 전기차 관세율이 발효 후 즉시 8%에서 4%로 줄고, 관세철폐 시한도 10년에서 5년으로 앞당겨진 것도 부담이다. 미국 GM은 한 번 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올해 말 출시하지만 국내 업계는 미국보다 2년가량 늦은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등에서 앞선 미국 GM 등의 전기차가 값싸게 들어올 경우 국내 시장에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