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예산 뒤집혀 논란…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예산 전액 삭감
입력 2010-12-09 21:17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한 예산까지 반영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예산 194억원을 증액키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최종 통과시킨 예산안에는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친서민 복지정책 예산이라며 누차 강조해 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도 템플스테이 관련 예산을 정부안 109억원에서 불교계 요구안인 185억원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단독 개최한 예결특위에서 122억5000만원으로 삭감된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9일 부랴부랴 조계종을 찾아 해명에 나섰으나 불교계는 면담을 거부하고 향후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사찰 출입도 막기로 했다. 또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등 재외동포재단의 활동을 돕기 위한 지원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여야가 합의 처리한 예산마저 뒤집은 것은 우리 스스로 예산 심사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도 ‘힘 있는’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꼼꼼히 챙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성과’가 가장 눈에 띈다. 이 의원 지역구인 경북 포항과 울릉도 관련 예산은 매년 ‘형님 예산’으로 불리며 야당의 공격을 받았으나 내년에도 포항∼삼척 철도 건설(700억원)과 과메기 산업화가공단지(10억원) 등이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최소 1623억원 늘어났다.
직권상정에 앞장선 박희태 국회의장은 파출소 신설 비용 예산(19억원) 등 지역구인 경남 양산 예산을 182억원이나 늘렸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는 고기능 수산식품지원센터(40억원)와 목포신항 건설(25억원) 예산을 확보했다.
정부 예산안 삭감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산결산특위 소속 의원들도 앞 다퉈 지역구 예산을 따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주영 예결특위위원장은 마산자유무역지역 확대조성 사업(65억원), 창원지법 마산지원 증축(72억원) 등 430억원을 따냈다. 민주당 간사인 서갑원 의원은 순천만 에코촌 조성(12억원), 순천 우회고속도로(10억원) 예산을 증액시켰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