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강행처리’ 후폭풍 정국 급랭…민주 “정권퇴진 장외투쟁”에 한나라 “개헌론” 맞불
입력 2010-12-10 00:30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 후유증에 세밑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9일 정권퇴진을 내건 장외투쟁에 나섰다. 여권은 당위성을 강조하며 개헌론을 재점화하고 나섰다.
◇장외투쟁 vs 개헌론=민주당은 오후 의원총회에서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서울광장에서 ‘4대강 예산안 날치기 무효화를 위한 100시간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손학규 대표는 “독재타도 및 이명박 정권 퇴진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서울광장 철야농성을 마친 뒤 전국 순회 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예산부수법안 및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결심한 박희태 국회의장을 “바지 의장”이라고 비난했다. 또 박 의장과 국회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 이주영 예결특위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예산안 처리 과정의 문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키로 했다. 여성 의원들은 10일 낮 여의도역에서 항의 피켓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개별 의원들의 항의 표시도 이어졌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4대강 예산 날치기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의원직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국민에게 여야 몸싸움을 사과한다는 취지로 3000배를 했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내비쳤으나 최고위원들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측은 연말까지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홍보하는 여론전으로 맞서기로 했다. 특히 여권 주류 인사들은 일제히 ‘난장판 국회’를 비판하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안상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를 바로 세우지 않고 대한민국을 선진화할 수 없다”며 “개헌,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 선진화와 국회 선진화 현안에 심도 있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나라의 국회가 난장판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토양이 부실하고 지력이 다했다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여의도 객토론’을 폈다.
◇난투극 법정으로 가나=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강행처리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의원과 보좌진 등의 피해 상황을 집계했다. 양측 부상자가 50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양당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의 주먹에 얼굴을 가격당해 피를 흘렸던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입술 부위를 8바늘 꿰매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손가락이 부러졌고, 같은 당 김유정 의원은 몸싸움 과정에서 다리가 끼어 타박상을 입었다. 김 의원실 박모 비서관은 입술을 20바늘 꿰맸고, 코뼈가 내려앉아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몸싸움 과정에서 나도 부상했고, 강 의원이 나를 먼저 5∼6차례 때려 이뤄진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미경 의원은 몸싸움 중 야당 측에 맞아 안면 찰과상을 입었다고 했다.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은 오른쪽 팔목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한 상태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김성회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민·형사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난투극이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크다.
국회 사무처는 이번 폭력 사태로 유리문이 깨지고 집기가 파손돼 3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장희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