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기상청… 2009년 단기예보 정확도 91.9% 불구 적설량 예보엔 취약
입력 2010-12-09 21:14
회사원 김하나(30·여)씨는 8일 눈 소식 때문에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소했다. 하지만 서울에 예고됐던 대설은 없었고 김씨는 일정을 망친 것 같아 속상했다. 김씨는 “눈만 내리면 일기예보가 빗나간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서울역 부근 직장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정모(31)씨는 많은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평소 이용하던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탔다.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지하철은 눈을 피해 몰린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씨는 “교통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아침부터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허탈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의 단기예보(2일) 정확도는 2003년부터 꾸준히 높아져 지난해는 91.9%였다. 하지만 겨울철 눈 예보는 유난히 빗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8일 오전 기상청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3∼8㎝, 일부 지역은 10㎝ 이상의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등에는 대설예비특보까지 발효했다. 그러나 이날 서울 도심에 내린 눈은 3.5㎝에 불과했고 대부분 내리면서 녹았다. 기상청의 예보가 완전히 빗나가지는 않았지만 많은 눈을 예상했던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비슷한 일은 지난 겨울에도 있었다. 기상청은 지난해 12월 29∼30일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영서지방에 최대 10㎝의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으나 당시 적설량은 서울 2.5㎝, 경기도 수원 1.1㎝, 강원도 춘천 2.6㎝에 불과했다. 지난 1월 3일에는 중부지방에 2∼7㎝(일부 10㎝ 이상)의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지만 다음 날 서울에만 28㎝가 넘는 눈이 쌓였다.
기상청은 기온의 갑작스런 변화에 따라 눈이 비로 바뀔 수 있고, 눈의 성질에 따라 적설량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쪽에서 눈구름대가 몰려오면 이 지역 적설량으로 동쪽(육지)의 적설량을 가늠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서쪽에 바다가 있어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며 “대기 상층부를 입체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기상 관측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