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이승준·동준… 문태종·태영 ‘코트의 난형난제’
입력 2010-12-09 17:53
국내 남자 프로농구 귀화 선수 중에는 ‘뜨거운 형제들’이 2쌍 있다. 바로 이승준(32·서울 삼성)-동준(30·대구 오리온스) 형제와 문태종(35·인천 전자랜드)-태영(32·창원 LG) 형제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으면 영락없이 쌍둥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서로 닮은 형제들은 수많은 선수들 중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팀 성적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형 이승준은 올해 처음 귀화 선수로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달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전태풍(30·KCC)을 제치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기량이 한층 발전해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는데 결정적인 수훈도 세웠다. 팀에 복귀해서도 이승준은 뛰어난 체력과 높이를 앞세워 삼성이 단독 2위를 하는 데 선봉장이 되고 있다.
동생 이동준의 실력도 형에 못지 않다. 지난 7일 전주 KCC전에서 이동준은 정확한 2점슛과 자유투로 24점을 넣었고 리바운드도 8개나 잡아냈다. 형제의 우애도 좋다. 똑같은 머리 스타일과 똑같은 밴드를 착용하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동준은 “형이 머리를 묶고 경기하는 것을 보고 내가 따라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팀 성적 때문에 동생의 시름이 깊다. 이동준은 KCC 전에서 큰 활약을 펼쳤지만 결국 5점 차의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오리온스는 12월 들어 4연패에 빠지며 단독 6위에서 8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같은 시간 형 이승준은 안양 한국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22득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안방 8연승을 이끌었다.
‘4쿼터의 사나이’로 만년 하위 인천 전자랜드를 올 시즌 2위로 끌어올린 문태종과 지난해 득점왕 출신인 문태영 역시 실력에 있어서는 난형난제다. 형 문태종은 지난 8일 복병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3쿼터까지 단 3점에 그쳤지만 4쿼터에서만 무려 15점을 폭발시키며 대 역전극을 일궜다. 동생 문태영은 기록에서는 형을 오히려 앞선다. 문태종은 경기당 평균 18득점, 5.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지만 문태영은 20.2득점, 8리바운드다. 하지만 동생은 여전히 근심이 크다. 소속팀인 LG(6위)가 여전히 중하위권으로 처져있기 때문이다. 과연 형과 동생이 같이 웃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농구판을 흔들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프로농구를 보는 묘미 중 하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