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슈퍼박테리아 ‘위험지대’… 손 자주 씻고 항생제 남용 주의

입력 2010-12-09 20:24

항생제 안 듣는 ‘다제내성균’ 국내 첫 검출

항생제에 좀처럼 듣지 않아 ‘슈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NDM-1 CRE)이 국내에서도 처음 검출돼 우리나라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해 항생제 내성균이 활동할 터전이 마련돼 있는데다 인접국에서도 잇따라 다제내성균 환자가 나타나면서 국내 환자 발생은 시간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제내성균 ‘NDM-1 CRE’=다제내성균은 항생제의 잦은 사용으로 인해 병원균 스스로 저항할 수 있는 힘(내성)이 점차 강해져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거의 없는 세균을 말한다. 공기로 전염되는 인플루엔자와 달리 다제내성균은 감염된 상처와의 접촉이나 의료행위 과정에서 옮긴다.

이번에 발견된 NDM-1 CRE는 장내 세균으로 불리는 ‘NDM-1 효소를 지닌 세균’을 말한다. 장내 세균의 경우 지금까지 개발된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 계열로 대부분 치료됐으나 NDM-1은 카바페넴에 내성이 있어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2008년 인도 뉴델리의 한 병원에서 처음 발견돼 ‘NDM-1’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다제내성균이 우려되는 것은 기존에 흔히 중환자실에서 써오던 세팔로스포린 계열,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도 듣지 않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NDM-1 CRE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개발됐으나 부작용 때문에 사용량이 많지 않았던 콜리스틴 항생제와 치료 가능한 균이 제한적인 티게사이클린 항생제 등 두 가지뿐이다.

◇여행 경력 없어 병원 내 감염 추정=국내 감염이 확인된 환자들의 경우 해외여행 경력이 없으며 만성질환으로 병원에서 오랫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져 병원 내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NDM-1 CRE 감염 환자는 최초 발생지인 인도, 파키스탄에서 영국 미국 캐나다 벨기에 홍콩 일본 중국 등으로 확산됐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4개국에서 360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른 발생 국가의 경우 인도나 파키스탄 등지로 성형수술 등을 하러 여행한 경력이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국내 환자는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정상인이 일상생활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NDM-1 CRE는 호흡기로 감염되는 신종플루와 달리 확산력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크게 유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다만 티게사이클린, 콜리스틴이라는 현존하는 최종 단계의 항생제로 치료가 되기 때문에 이것에도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과 대책=무엇보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다제내성균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환경 표면 소독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특히 화장실 이용 후에는 무조건 비누를 사용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다제내성균 발생의 근본 원인인 항생제 오남용도 삼가야 한다. 세균 감염이 아닌 바이러스 감염에 항생제를 쓰는 게 대표적인 오용 사례인 만큼 항생제를 올바로, 적은 용량을 쓰는 게 중요하다. 농축산업에서도 저용량의 항생제를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병원에선 다제내성균 출현을 모니터링하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체계적인 감염관리 활동이 필요하다. 다제내성균을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도록 PCR 장비 등을 확충하고,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위해 ‘제한 항생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송원근 교수는 “의사, 임상미생물학자, 역학조사관, 간호사 등 전문 감염관리 인력을 보강해 다제내성균의 내성 메커니즘 및 역학에 관한 정기적인 조사 연구를 시행하고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도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