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투극 국회’ 네 탓 공방 꼴불견
입력 2010-12-09 20:08
정기국회가 난투극으로 끝난데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반성은커녕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9일 “국회를 바로 세우지 않고는 대한민국 선진화를 이룰 수 없다”며 국회 내 폭력을 성토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민주당이 시간을 끌기 위해 지연 작전을 썼으며, 저항함으로써 지지 세력에게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예산안 등 강행 처리가 불가피했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나라당이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등 야당이 4대강 사업에 발목을 잡고 지연 전략을 구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불과 얼마 전 북으로부터 연평도 공격을 받은 올해만이라도 국회가 주먹질 없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길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런 바람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뒀다면 정기국회 폐회 후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야당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정치력 부재를 드러낸 것은 물론, 야당에 실력 저지의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은 여권을 성토하면서 장외투쟁 방침을 정했다.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이번 예산안 처리는 정부 여당이 그동안 해온 독선적 행태의 종합 결정판”이라며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예산안 등을 무리하게 처리한 측면이 있지만 민주당의 폭력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합의 처리가 안 되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표결하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인데도 민주당은 이를 외면했다. 이미 50% 이상 진행된 4대강 사업의 예산을 70% 이상 삭감하겠다는 것부터 이치에 맞지 않으며, 이런 과도한 요구가 한나라당을 강행 처리로 내몰았다고 본다. 민주당이 엄동설한에 장외로 나서는 것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난장판 국회’ 가운데서도 실세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을 열심히 챙긴 것은 꼴사납다. 국가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 처사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박희태 국회의장이 각각 1623억원과 182억원을 확보했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65억원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