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탈루증후군에 감염된 자영업자들
입력 2010-12-09 20:07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탈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9일 열린 ‘국정과제 공동세미나’에서 조세연구원이 밝힌 내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예컨대 사우나 사업자의 경우 세무서에 신고하는 소득액은 실제 소득의 2%에도 못 미친다. 벌이는 100원인데 소득신고는 고작 2원인 꼴이다.
소득탈루가 만연돼 있는 것은 타 업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소득 중 신고하지 않은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인 소득탈루율이 일반주점 86.9%, 여관 85.7%, 나이트클럽 79.3%, 그 외 스포츠센터 룸살롱 호텔 부동산임대 웨딩홀 미용실 등이 50% 이상이고, 심지어 세무사도 36.7%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세연구원은 최근 5년 동안 10차례 세무조사에 대한 분석 결과로서 조사 대상이 비교적 탈세 위험이 높은 계층이었다는 점을 들어 전체 자영업자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자영업자군(群)이 총체적 소득탈루·탈세증후군에 감염돼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현금 영수증 도입, 신용카드 활성화 등으로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전체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탈루율은 2005년 56.9%에서 지난해 40.9%로 줄었다. 근로소득이 원천 징수되고 있는 직장인들의 유리지갑과 비교하면 아직도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탈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세정당국과 국민 개개인, 그리고 세법을 다루는 정치권이 협력해서 소득탈루·탈세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자영업자 소득탈루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예를 들어 ‘2010 세제개편안’에 담긴 변호사 예식장업주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무검증제도 도입은 국회 통과과정에서 빠지고 말았다.
자영업자와 직접 거래하는 국민(소비자)의 태도도 문제다. 현금거래를 전제로 한 가격할인 유혹에 휘말린 소비자는 자신의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겠지만 이는 자영업자의 소득탈루·탈세를 방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울러 세정당국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란 원칙에 입각해 자영업자의 소득탈루·탈세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