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구명 나선 어머니… “어샌지 재판, 민주주의를 재판하는 꼴”

입력 2010-12-09 20:22

“아들을 향한 부당한 대우와 맞서 싸우겠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39)가 영국 경찰에 구금된 뒤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59)은 9일 이렇게 말했다. 호주 멜버른에 사는 크리스틴은 현지 일간지 선샤인코스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을 재판하는 건 민주주의를 재판하는 꼴”이라며 “호주 정부와 국민들이 법적 소송 과정에서 정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자식에게 무한신뢰를 보내는 한편 정부와 국제사회를 향해 구명 운동에 나선 것이다. 그녀는 또 어샌지의 20세 된 아들 다니엘도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세기의 폭로자’ 어샌지를 두고 ‘영웅이냐’ ‘테러리스트냐’의 극과 극의 평가가 오가지만 크리스틴에겐 그저 자식일 뿐이다. 순회극단을 운영했던 어샌지 가족은 끊임없이 이사하며 살아야 했다. 이 때문에 어샌지는 10대 시절 이후 37차례 이사를 다녀야 했다. 정규교육을 받기 힘든 어샌지를 크리스틴은 직접 가르쳤다. 크리스틴은 그런 아들을 “아주 총명한 아이”라며 “사랑스럽고 예민하고 동물과 잘 지내고 유머감각이 탁월했다”고 회상했다.

크리스틴은 이미 어샌지가 10대 시절 사이버 세계에서 일을 낼 걸 직감했다. 어샌지가 13세 때 첫 컴퓨터를 사준 그녀였다. 당시는 웹 브라우저가 없던 시절이었다. 어샌지는 모뎀을 달아 컴퓨터 세상을 항해했다. 크리스틴은 “스펀지처럼 컴퓨터를 빨아들였어요. 해킹도 당시엔 윤리적으로 문제가 안 되던 시절이었어요. 그저 호기심이 좀 많았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어샌지는 호주에서 31건의 해킹 혐의로 기소돼 소액벌금형을 판정받기도 했다. 그의 관심은 이후 정부 비리 등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2006년 위키리크스 설립으로 이어졌다. 크리스틴은 특정 신앙과 상관없이 키운 탓인지 어샌지가 스스로 정의롭다고 여기는 걸 하려는 욕망이 강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어샌지는 컴퓨터광답게 멜버른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는 문학과 아프리카 여행 등에서 폭넓은 관심과 식견을 드러냈다고 그를 인터뷰한 CNN이 평가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