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드라마 빈자리, 톡톡 튀는 소재들이 채운다

입력 2010-12-09 17:48


화려한 캐스팅과 천문학적인 제작비로 화제를 모은 대작 드라마들이 가고, 특정 직업의 전문적인 세계를 묘사한 장르 드라마가 몰려온다. 액션 첩보물 ‘아테나: 전쟁의 여신’(SBS), 정치 드라마 ‘프레지던트’(KBS 2), 법의학 수사물 ‘싸인’(SBS) 등 장르 드라마는 세밑부터 안방극장을 공략한다.

야심에 찬 도전이지만 지상파TV에서 장르 드라마가 성공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제작진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은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의 후속작이다. 13일 방송 예정인 이 드라마는 지난해 KBS에서 흥행한

‘아이리스’와 비슷한 첩보 스릴러물이다. 가상의 국가정보기관인 NTS의 엘리트 요원 이정우(정우성)가 베일에 싸인 동료 특수요원 윤혜인(수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윤혜인은 미국보안본부 동아시아 지부장 손혁(차승원)의 명령을 받는 이중스파이다. 세 남녀의 삼각관계와 출생의 비밀, 국가 보안이 걸린 임무가 맞물리면서 드라마가 전개될 예정이다. 주인공이 권력의 실체에 다가가면서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과정을 얼마나 긴장감 있게 그려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레지던트’는 KBS 2TV ‘도망자 플랜B’의 후속작으로 15일부터 방영된다. 3선 의원인 장일준(최수종)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와 가족들 간의 갈등을 그린 정치물이다. 일준의 부인 조소희 역에는 최수종의 실제 부인인 하희라가 캐스팅됐다. 정덕현 평론가는 “SBS의 ‘대물’이 정치드라마를 표방했지만 복잡한 현실 정치를 유아적으로 그리기 때문에 김이 빠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 “‘프레지던트’도 장일준의 막연한 정의감과 우연에 기대서는 정치적인 갈등을 세밀하게 풀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현대 법의학을 다루는 ‘싸인’은 ‘대물’의 후속으로 다음달 5일 첫 전파를 탄다. 드라마 고액 출연료 사태로 한동안 TV에서 볼 수 없었던 박신양이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으로 등장한다.

법의학을 다룬 미국 드라마 ‘본즈’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어, 국내 시청자들은 법의학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있다는 게 제작진에겐 부담이다. 때문에 법의학의 치밀하고 전문적인 세계를 촘촘하게 그려내면서도 한국적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느냐에 드라마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 평론가는 “외국에서 발달한 장르물을 그대로 한국에서 흉내 내서는 40∼50대가 주요 시청층인 안방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장르물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가족관계, 러브 라인 등 한국 시청자들에게 먹히는 요소를 녹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