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국제형사재판소의 결단
입력 2010-12-09 17:37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범죄조사위)는 지난 6월 8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을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으로 처벌해 달라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우편으로 고발장을 보냈다. 범죄조사위는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 등을 국제사회에 고발하기 위해 국내 50여개 보수단체가 모여 지난해 7월 출범한 단체. 범죄조사위는 고발장에서 무장공비 침투, 민간 비행기 납치·폭파, 한국 정부 요인 테러, 박왕자씨 사살 등 북한의 만행을 적시하고, 특히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범죄조사위는 그후 ICC로부터 고발장 접수증을 이메일로 받았지만 ICC가 예비조사에 착수할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 본부를 방문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인권유린 등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최근까지 ICC가 접수한 진정·고발 9000여건 가운데 예비조사를 벌이는 것은 14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ICC가 지난 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 대해 북한 당국자들을 상대로 전쟁범죄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예비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범죄조사위로서는 ICC의 결단이 낭보 중의 낭보였을 것 같다. 예비조사 결과 혐의가 있으면 정식조사, 기소, 체포영장 발부, 신병확보, 재판 등의 절차를 밟고 혐의가 없으면 수사를 종결한다.
ICC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 대해 예비조사를 선택한 것은 북한의 무자비한 도발이 전쟁범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를 무차별 공격해 민간인 사상자를 낸 연평도 사태는 ICC 규정인 로마규정에 명시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ICC의 초대 재판관 송상현씨가 9년 임기의 재판관에 재선된 데 이어 지난해 3월부터 재판소장을 맡고 있는 등 ICC 안에서의 한국 발언권이 강화됐고, 국제사회가 도와준 것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ICC는 지금까지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등을 기소했고,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4건에 대한 재판과 5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송 소장은 “ICC가 발부한 영장은 공소시효도 없고, 면책사유도 없기 때문에 대상자가 죽을 때까지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ICC의 예비조사 착수 소식을 듣고 김정일 부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