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본 스포츠 역사] 창간 해 올림픽… ‘각본없는 드라마’와 웃고 울다
입력 2010-12-09 17:30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린다. 또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울고 웃기도 한다. 인간 승리를 연출하며 정상에 서는 장면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것이 스포츠이기도 하다. 승자에게 무한한 영광이 돌아가지만 패자에게도 뜨거운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것도 바로 스포츠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인 1988년 창간한 국민일보도 한국 스포츠의 영광과 궤적을 같이했다. 서울올림픽 후 태극전사들의 감동적인 세계제패에는 언제나 국민일보가 함께 했다. 본보 창간 후 급성장했던 한국 스포츠 22년 역사를 되짚어본다.
◇한국 스포츠의 기폭제 서울올림픽=1981년 9월 30일 스위스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IOC 위원장이 “쎄울, 코리아”를 외치면서 한국 스포츠는 일약 변방에서 세계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제24회 하계올림픽을 서울에서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시아에서 올림픽이 열리기는 1964년 도쿄 대회이후 두 번째였다. 7년 후 열린 서울올림픽은 냉전의 영향으로 반쪽 대회로 전락했던 1980년 모스크바 대회, 1984년 LA 대회와 달리 동·서 화합의 분위기 속에 그야말로 지구촌 최대 축제의 장이었다. 160개국에서 1만 3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고, 경기종목도 237개에 달하는 등 사상 최대규모의 대회로 개최됐다. 한국은 양궁에서 금메달 3개, 복싱과 레슬링, 유도, 탁구에서 각각 금메달 2개, 여자 핸드볼에서 금메달 1개 등 금메달 12개(은10 동11개)로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당당히 종합 순위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서울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의 급속한 도약을 이루는 일대 계기가 됐다.
◇마라톤 쾌거와 해외로, 해외로!=1990년∼2000년은 한국 마라톤의 세계 제패와 태극전사들의 해외 진출로 대변되는 시기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당시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고(故) 손기정 선생의 한을 푼 선수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였다. 황영조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심장이 터질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가파른 몬주익 언덕을 넘어 당당히 1위로 골인하며 마라톤에서 태극기를 달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태극전사로 기록됐다. 4년 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봉달이’ 이봉주가 은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마라톤의 중흥을 이어갔다.
태극전사들의 해외 진출도 러시를 이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로 등록됐고, ‘골프여왕’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첫해부터 선풍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박세리의 등장으로 한국여자골프는 이른바 ‘박세리 키즈’를 앞세워 이후 세계 골프무대를 서서히 장악해 갔다.
1990년 통일축구로 물꼬를 튼 남북 스포츠 교류는 새 천년 첫 올림픽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동시 입장으로 절정을 이루기도 했다.
◇월드컵, 그리고 박태환과 김연아=1996년 5월 31일 유치가 확정된 한·일 월드컵축구대회가 2002년 서울 상암벌에서 화려하게 개막됐다. 16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한국 축구는 네덜란드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을 앞세워 이변을 연출하며 승승장구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세계최강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연장전에서 터진 안정환의 극적인 골든 골은 한반도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태극전사의 승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페인과의 8강전도 승리로 이끌며 4강 신화까지 완성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 축구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원정 첫 승을 일궜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2010년에는 여자축구가 한국 축구사를 잇따라 새로 썼다. 20세 이하 대표팀이 7월 여자월드컵에서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자 17세 이하 대표팀은 2개월 여 후인 9월 한국 축구 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박태환과 김연아는 불모지였던 수영과 피겨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포츠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m와 400m에서 2관왕에 올랐고,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1위에 등극하며 ‘피겨퀸’ 자리를 꿰찼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