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일보 창간 22주년을 맞아… 올곧은 기자들의 행전(行傳)을 쓰겠습니다

입력 2010-12-09 20:05

22년 전 오늘 국민일보가 세상에 태어났다. 1988년 12월 10일, 막 끝난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사회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을 때 창간 준비호부터 사진 특종을 선보이며 출발했던 국민일보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청량함과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국민일보 만의 독창적인 목소리를 견지해 왔다.

그 기간 동안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와 산업발전이 함께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일방성의 가치관이 맞물려 적지 않은 파열음을 냈다. 그 한편으론 새로운 국가에너지를 창출해 지구촌에 수출한 귀중한 역사를 기록했다. 그동안 국민일보는 사리판단의 균형감을 잃지 않기 위하여, 산업화 사회에서 간과하기 쉬운 인간 존중의 정신을 함양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 왔다. 우리는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보도와 논평을 성실히 수행하며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성심껏 감당해 왔다고 자부한다.

국민일보는 한국사회 보수·진보 진영의 심한 대립 속에서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논리에 경도되지 않고 양 진영의 장단점을 바로 보기 위해 힘써 왔다. 어느 일방의 주장만을 대변하는 언론은 사회의 분열을 조장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시민사회의 올바른 정착에 지장을 줘 독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앞으로도 중도·보수의 안정적인 시각으로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 처한 독자들이라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면을 꾸려갈 것이다. 국민일보는 어려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술 담배나 미신·점괘와 같은 광고를 게재하지 않았고, 사행·향락 산업의 유혹을 경계해 나갈 것이다. 이런 클린 미디어는 우리사회에서 국민일보가 유일하다고 우리는 자부한다.

우리 사회에 언론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여전히 너무나 많다. 협력과 이해는 사라지고 거의 모든 현안을 극심한 논쟁으로 대하는 여야관계는 심각하다. 정기국회의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가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정치 발전은 정계와 언론이 풀어나가야 할 시급한 과제다. 타협이 없는 노사관계나 계층 간의 대립도 순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남북문제는 더욱 큰 걱정거리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민간에까지 대포 공격을 감행하면서 오히려 남한의 책임이라고 견강부회하고 있다. 주체사상이라는 편협한 가치관에 함몰돼 정권 3대 세습의 문제점은 자각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남을 극악스레 비판해야 하는 북한 주요세력들은 분단극복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 북한의 무지와 가난은 외부의 원조에 의해서가 아니라 북한 내부의 새로운 동력에 의해서 일차적으로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아울러 한국 정부도 본보 창간22주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북한의 도발을 예방하기 위해 대북 정책의 지혜를 모색해주기를 부탁한다.

국민일보는 지난 몇 달간 경영권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독자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 그러나 이는 내부의 사소한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외부세력의 부당한 개입에 맞서 “국민일보를 한국교회에 봉헌한다”는 국민일보 설립자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국민일보 회장·발행인)의 뜻을 실현시키기 위한 언론인의 떳떳한 싸움이었음을 밝힌다. 우리의 투쟁에 힘을 보태준 독자들과 사회 각계인사, 그리고 한국교회에 큰절을 올린다.

국민일보는 사유(私有)가 아니라 사회에 헌납된 공익문화재단 소속의 언론기관이다. 우리는 부당한 경영권 침해에 맞서 싸워 이겼고, 그 바른 정신과 사랑의 가슴으로 기자들의 올곧은 행전(行傳)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독자들의 일상에 유익한 정보와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변함없는 신문으로 성장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