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끄럽게 하는 서민들

입력 2010-12-09 17:21


대구서 대리운전 전우광씨 “신불자 때도 기부… 어린이에 관심을”

대구에서 ‘8000번 대리운전’을 운영하고 있는 전우광(45·사진)씨.

그는 2002년 대리운전 사업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이웃사랑을 실천하자’. 매달 매출액의 3%를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에 내는 것으로 기부 활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1년도 못가 회사가 휘청거렸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금줄이 막혔고, 전씨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전씨는 “신용카드 여러 장으로 현금 돌려막기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한순간 그게 안 되면서 한때는 직원들 월급도 못 주게 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의 기부는 몇 달을 빼고는 계속 이어졌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 약속인데 중간에 형편이 어렵다고 그만두는 건 스스로 용납이 안 됐어요. 제가 쥐뿔도 없는데 자존심 하나는 있습니다. 허허.”

그는 6년이 지난 지난해가 돼서야 신용불량자 신세에서 벗어났다. 전씨는 “벌이가 괜찮을 때는 한달에 70만∼80만원도 내고 했는데 지금은 20만∼30만원으로 줄었다”면서 어린이재단 측에 미안하다고 했다.

전씨는 2년 전 늦둥이 외아들을 낳았는데 선천적 망막 이상을 가진 장애아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지만 아들을 보면서 기부에 대한 의지가 더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태어나자마자 우리 아들처럼 장애가 있거나 가정환경이 불우하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사회 약자들 중에서도 어린이들에 대한 기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전씨의 목소리는 밝았다.

부산진구청 공무원 신정길씨 “기부는 도미노… 하면 할수록 보람”

부산 부산진구청 구세과 소속 주무관(7급)인 신정길(44·사진)씨 역시 누구보다 기부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그의 기부 활동은 2000년 12월부터 시작돼 올해로 10년째다. 매달 국내 지정 아동 결연에게 1만원, 아프리카 세네갈 아동 결연에 2만원씩 내고 있다.

기부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신씨는 “신기하게도 기부는 계속해서 기부를 부른다”면서 “목돈이 생길 때마다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에 후원금을 낸다”고 말했다.

신씨는 구세과에서 시·구정 아이디어를 내는 지식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매년 부산시가 개최하는 지식동아리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기부하고 있다. 올해도 각종 시상대회에서 탄 상금 50만원을 내놨다.

그는 “기부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부서에서 세금 관련 정책을 만들 때마다 조금이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절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서, 마음이 따뜻해져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수년간 기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전씨와 신씨. 신씨는 우리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재벌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많은 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는 유산문화가 팽배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 기부에 앞장서면 기부문화가 아래층으로까지 확산되고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