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소외계층에 관심을] ‘싱글 대디’의 비애… “딸 돌보려 직장 포기, 힘들지만 잘 키우고 싶어요”
입력 2010-12-09 20:32
부인과 이혼 후 4년째 어린 딸을 키워온 강종수(44·가명)씨가 컴퓨터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지만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10월말까지 다니던 식품회사 배송부 일은 아이 때문에 포기했다.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야 했지만, 딸 은주(5·가명)를 맡길 어린이집은 8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 토요일 오후 5시까지만 문을 열기로 어린이집 정책이 바뀌면서 주말에도 일하던 그는 다른 직장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강씨는 “회사의 배려도 한두 번이지 동료들에게 미안해 버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싱글대디다. ‘싱글대디’라는 명칭이 주는 경쾌한 느낌과 달리 강씨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하다. 전국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과속스캔들’에서 손자까지 둔 싱글대디 역할의 배우 차태현처럼 돈 많고 능력 있고 바람기까지 겸비한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아이 돌보는 시간에 묶여 마땅한 일자리조차 찾기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주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판막증을 앓았다. 돌이 갓 지난 2006년 말 인천의 한 병원에서 수술받았다. 애기 엄마는 수술 후 한 달 만에 집을 나갔다. 강씨는 군대 취사반 시절 배운 기술로 식당에서 일했고, 배우자도 직장을 다녀 월 200만원 정도는 벌 때였다. 빚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이혼하자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 20만원의 방세마저 내기 버거워졌다. 이제 기어 다니기 시작한 어린 딸과 치매를 앓고 있는 팔순의 노모까지 그가 돌봐야 할 대상이었다.
이혼 후 아이에 대한 양육권은 엄마가 가져가는 비율이 높다. 또 사정이 어렵다면 입양기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강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애를 원치 않았고요. 만일 원했더라도 제가 주지 않았을 거구요. 힘들지만 제가 키우고 싶었어요. 교회에 다니는 입장에서 절대 애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전국의 싱글대디 가정은 1995년 17만2000여 가구에서 2000년 22만 가구, 2005년 28만7000여 가구로 늘었다. 통계청 인구센서스에 의한 결과다.
10년간 66.8%가 증가해 같은 기간 37.5%의 증가율을 보인 싱글맘 가정보다 두배 정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 인구센서스 결과는 현재 집계 중이지만 통계청은 싱글대디 가정이 최소 33만 가구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처럼 이혼으로 싱글대디가 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1995년에는 사별 이혼 미혼 별거 등의 사유 가운데 이혼 때문에 싱글대디가 된 가정이 5만1000여 가구로 전체 싱글대디 가정의 29.5%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5년 조사에서 이혼 싱글대디 가정은 14만 가구로 집계돼 전체의 48.8%를 기록했다.
그 밖에 사별은 7만4000여 가구로 25.8%, 별거 등은 6만4000여 가구로 22.3%, 혼인 없이 애만 있는 미혼은 9000여 가구로 3.1%의 분포를 보인다.
강씨는 현재 인천 남동구 수산동에 있는 ‘아담채’에서 살고 있다. 아담채는 2007년 예장 합동에 속한 인천교회가 씨앗을 뿌려 세운 부자(父子)보호시설이다. 만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무주택 저소득 부자가정이 3년간 거주하며 자립을 꿈꾸고 있다. 4층 건물 안에 싱글대디 14세대가 입주해 있으며 1층의 식당에선 하루 세끼 식사가 제공된다.
문제는 아담채가 전국에서 단 하나 뿐인 부자보호시설이라는 점이다. 서울 화곡동에 그룹홈 형태의 시설은 있지만 아담채처럼 주거와 식사를 함께 제공하진 않는다. 싱글맘을 위한 보호시설이 98개를 넘는 현실과 견줘보면 여전히 부자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공동생활시설은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이혼의 원인이 대부분 남성에게 있다는 편견과, 모자 시설에 비해 부자 시설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나은 결과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고충은 비슷하지만 법 자체가 싱글맘과 싱글대디 가정의 개별 특성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아담채 박은성 원장은 “모자 시설은 낮에 행패 부리러 찾아오는 남성들을 막아줄 관리 인력이 필요하고, 부자 시설은 보육교사와 방과후교사 등이 더 필요한데 인력 규정에 묶여 임시직조차 쓰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한부모가족지원법의 혜택(자녀 학비 및 양육비 등)을 받기 위해선 저소득 가족이어야만 한다. 2인가구 기준 지원대상은 월 소득이 111만6370원 이하여서 국민 생활수준과 견줘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 인정숙 가족지원과장은 “한 부모에 한해서는 소득 수준이 조금 높더라도 양육 및 보육 지원책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특별기획팀 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