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학교위상 높이고 주민 복지시설로 각광 받았는데… 애물 전락 학교수영장 ‘愁心’ 깊다
입력 2010-12-09 10:48
지난달 4일 서울 가양동 경서중학교 내 실내수영장에 갑자기 운영 종료 안내문이 내걸렸다.
수영장 운영을 맡은 위탁 사업주가 회원들이 지불한 등록비만 챙기고, 각종 공과금·임대료 등 5000만원을 미납한 채 도주했기 때문이다.
수영장에 전기마저 끊겨 학생들의 수영 수업은 무기한 연기됐고, 학교는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기존 회원의 등록비를 떠안는 조건으로 이달중에 새 업체를 구하는 공고를 낼 예정인데 인수 희망업체가 나올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 서울 공항동 공항중학교에서도 위탁업체 사장의 야반도주로 수영장 운영이 한동안 중단됐었다.
한 때 수영장 등 교내 체육시설은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학생과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 문화·복지시설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운영 위탁업체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늘면서 최근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교장과 행정실장들이 수영장 딸린 학교로 전근 가기를 꺼릴 정도다.
9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민간에 위탁 운영중인 학교내 수영장 40곳 중 위탁업체와의 마찰로 법적 소송까지 간 사례가 지난 3년간 6곳, 현재 소송을 준비중인 곳이 3곳이다. 나머지 수영장들도 대부분 만성적인 적자로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실 비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이용 주민에게 돌아간다. 교육예산의 낭비도 심각하다.
교내 수영장 운영부실은 지역의 수요와 주변현황 등 충분한 타당성 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설치되면서 시작됐다. 서울 서부교육청 관내의 8개 교내수영장 중 6개는 반경 3㎞안에 밀집돼 있다. 이 가운데 3개는 2005년과 2006년에 개장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 뉴타운 사업에 따른 철거 및 주민 이전으로 올해 수영장 이용자수는 2006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회원들의 만족도가 떨어져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해결책 마련보다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시내 한 중학교 교장은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해 수영장 건립사업을 진행,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부교육청 관계자는 “운영방식과 위탁계약 등의 권한은 전적으로 교장에게 위임돼 있는 상황”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황일송 기자, 김미나 인턴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