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 발목잡는 세대갈등] “청년들 국가관 희박” vs “우리도 생각 있는데”
입력 2010-12-09 17:17
보수 집회에 빠짐없이 나타나는 단체가 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이들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더욱 바빠졌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규탄하는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지난달 24일 인천시청 앞에서 ‘송영길 시장 폭탄주 발언 규탄’ 집회를 갖기도 했다.
◇“젊은 세대, 국가관 없어 걱정”=어버이연합은 북한 관련 집회에만 참석하는 게 아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4대강 사업저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회원은 1900여명, 평균 나이가 78세라고 한다. 52세의 추선희 사무총장은 “여기서 나는 어린 아이”라고 말했다. 98세 회원이 거의 매일 사무실을 나오고, 80대 초반이 주축이라고 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나라 걱정’ 때문이다. 강명기(78) 총무국장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전교조와 빨갱이들이 우리나라를 망쳐 놓았다”고 흥분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 소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진보인사에 대한 비판에도 열을 올렸다.
추 사무총장은 “우리를 극우라고 하는 사람은 좌파이거나 보수 기회주의자”라며 “우리는 보수 속의 진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추 사무총장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병역 기피 논란 때 한나라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면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를 비판했다가 벌금을 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에서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와 그 엄마 등 탈북자 4명을 구해왔다”면서 “여자아이의 옷이 단벌이어서 회원들이 즉석에서 77만5000원을 걷어줬더니 엄마도 울고, 우리 회원도 다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를 위해 집에서 안 입는 옷을 중국에 컨테이너로 보내는 일을 하는데 국민일보에서 다뤄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 총무국장은 “젊은 세대는 국가관이 없다”며 걱정했다. 그는 “국가가 있어야 가족과 가정이 있는 것”이라며 “일제시대와 6·25전쟁, 경제개발 시대를 거친 우리들은 국가관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추 사무총장 역시 “젊은이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대학신문 기자들이 취재를 온다고 전했다. 추 사무총장은 “대학생과 얘기하다 보면 의외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사태가 젊은층의 안일한 사고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에서 극단적 주장은 자제해야=젊은층은 기성세대가 이뤄낸 민주주의 정착, 경제성장에는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좌익용공으로 환원시키는 데에는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유현욱(24·연세대 정외과 3년)씨는 장·노년층의 보수적 주장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표출하는 건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씨는 그러나 “젊은 세대들이 그 시절을 안 살아봐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박정희 시대를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현재 젊은층이 경제적 가치 등을 놓고 향후 386세대와도 세대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희남(26·국민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씨는 “우리 국민 누구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데 기성세대가 북한 공격 등 너무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국가도 중요하지만 개별 시민의 삶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이 겹치며 가정에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와 대화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면서 “경로사상이 약화된 것도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