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국민일보 창간일’에 태어난 박경훈씨, “‘예수 믿는 맛’ 담긴 음식선교로 갚을게요”
입력 2010-12-09 19:32
지난 6일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1988년 12월 10일생 박경훈(22·전주대·사진)씨는 연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내일이 시험인데 만사 제쳐놓고 올라왔어요. 와우, 제가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이거 완전 대박이네요.” 박씨는 자신이 인터뷰 대상이 된 게 믿기지 않는 듯했다. “창간일에 태어난 사람을 찾는다는 교회(온누리교회) 연락을 받고 놀라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창간일까지 확인했어요.”
그는 창간 독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삶 속에서 국민일보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그는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국민일보 기사로 성장했다. 모태신앙인 그는 “어머니의 기도와 신문 스크랩으로 성장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집에 올 때마다 기사를 오려놓고 기다린다.
“지난주에도 어머니는 스크랩하신 기사를 건네셨어요. ‘프리즌 브레이크’와 ‘로스트’ 등을 썼던 미국 드라마 작가 모니카 메이서 인터뷰 기사였는데 성공 뒤에 감춰진 노력을 알게 됐습니다.”
박씨 역시 모니카 메이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의 꿈은 한식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원래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올해 한식조리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바꾼 이유는 군 경험 때문이었다. 강원도 양구의 격오지 부대 취사병 시절 그는 군대의 어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기도하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꼈다.
“조리는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일이었고,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읽었던 말씀이 욥기 23장 10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였어요. 더 이상 군 생활이 힘들지 않았고 목표가 생겼지요.”
지난해 7월 제대한 그는 레스토랑 등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올해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좋은 일도 많았다. 호텔 실습에서 손님들과 마주하며 음식을 만들 기회가 있었는데 친화력 있는 그는 칭찬을 받았다. 학교 요리대회에서는 12개팀과 경쟁해 동상을 타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 즈음 열린 한식 세계화 레시피 시연회에도 참여해 한식의 경쟁력을 지켜봤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살아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뭔지 모르지만 마음이 갔고 행동이 따랐는데 그것이 하나님의 계획하심이었다는 것이죠.”
그의 최종 ‘소명’은 음식 선교다. 가난하고 헐벗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맛좋은 음식을 해주고 싶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그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 싶다.
“요리에서 중요한 것은 맛과 신속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일보는 저에게 예수 믿는 맛을 신속하게 전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맛있는 기사, 부탁드립니다.” 밤새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며 고속터미널로 향하던 그가 던진 국민일보를 위한 레시피였다.
글=신상목 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