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강행처리 후폭풍… 野 “전면투쟁” 여의도 한겨울속으로

입력 2010-12-08 21:44

한나라당이 8일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그동안 첨예한 쟁점이 있을 때에도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던 여야의 대화 기조는 이날 이후 대립 기조로 바뀌고 있다. 당분간 여야 관계는 경색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에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장외로 뛰쳐나가 정권퇴진 운동을 벌일 기세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강행 처리 후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야4당 규탄대회에서 “독재는 결국 국민에 의해 망한다”며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손 대표는 “국민과 함께 이 대통령 규탄에 나서겠다”며 “악정과 실정 반드시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도 현 정권 규탄에 가세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의사봉 치는 소리가 MB(이 대통령)의 조곡처럼 들렸다”며 “야권이 뭉쳐 2012년 총선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로 오늘의 슬픔을 갚겠다”고 다짐했다.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민주주의 사망”이나 “이명박 독재” 등의 격한 표현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지역별로 진행될 예정인 연말·연초 대의원대회를 정권 규탄대회로 열어 동력을 확보한 뒤 장외투쟁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불법사찰 의혹, 이른바 ‘대포폰 게이트’와 관련한 폭로전에 돌입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보태 동시다발적 쟁점화에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야당과의 대화 복원을 모색하겠지만, 당분간은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임시국회가 소집돼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과 한·미, 한·유럽연합(EU) FTA 등을 적극 홍보하면서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올해 안에는 야당과 별도의 접촉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냉각기를 거친다 해도 특별한 전기가 없는 한 여야의 대립이 누그러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새해 초부터 한·미 FTA 비준 문제를 놓고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는 민주당이 당의 정체성을 걸고 반대하고 있어 정국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 자칫 여야의 불신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여야 관계는 집권 4년차를 앞두고 있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의회 절대 과반이라는 힘을 앞세워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했지만, 야당과의 협의 채널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회의 협조가 필요할 때마다 무리수를 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승훈 강주화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