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수사 결론은 배임”… 남기춘 서부지검장, 진행중인 사건에 이례적 입장 표명

입력 2010-12-08 21:30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지휘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8일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언론기사에 대한 소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지검장이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사건의 성격을 정의하고, 수사의 한계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남 지검장은 이번 수사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부실 위장 계열사의 부채를 그룹 계열사의 돈을 끌어다 변제한 배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한화 측은 재무 구조조정이라고 변명하지만 위장 계열사의 채무를 변제한 것이 범죄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 지검장은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기업수사가 시작되면 언론이 정·관계 로비를 수사 목표로 제시하고 기대한 결과가 없으면 용두사미라고 비판하는 천편일률식 보도 관행이 맞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또 한화 측 주장의 진위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사실로 단정하고, 이를 근거로 검찰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남 지검장은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에 대한 로비수사 실적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아쉽게 생각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남 지검장은 글 서두에 “직원들이 수사 소식을 언론보도로만 접해 오해를 낳고 있다”며 “실체를 정확히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글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서부지검이 무능하다는 내용의 신문 사설을 보고 화가 나 글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데 지검장이 ‘반성’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수사의 한계를 언급한 것은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일지라도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