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만명 시대… 선교 3가지 포인트

입력 2010-12-08 20:25


탈북자 2만명 시대다. 세계 선교를 외치면서 한반도의 반쪽인 북한을 보살피지 않는 것은 형제를 보살피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는 태만행위와 같다. 민족구원과 화해라는 차원에서 한국교회의 탈북자 선교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 한국교회가 가져야 할 3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먼저 탈북자를 이해하라=탈북자들은 식량 부족, 경제적 어려움, 질병 등에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북한을 떠난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주체사상 교육을 통해 수령에 대한 충성이 최선의 가치인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아비판과 남을 비판하는 ‘생활총화’를 통해 모든 문제의 잘못을 자기와 남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있다.

북한은 충효사상, 장유유서, 남녀차별과 같은 전통적인 유교적 가부장적 가치가 강하다. 병영문화의 요소가 큰 데다 주체사상은 종교적 신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독교의 성부 성자 성령의 위치에 김일성 김정일 주체사상이라는 것이 위치하고 있다. 회개기도 대신 자아비판이 있고 십계명 대신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있는 곳이다.

2005년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강미희(44·여)씨는 “탈북자끼리 모이면 시기와 질투 같은 게 많다. 인민학교(초등학교)부터 생활총화라는 이름으로 1주일간의 생활을 ‘김일성 아버지’ 앞에서 모두 고백하고 개개인은 무조건 남을 비판해야 하던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나 역시 교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많은 상처를 줬다”면서 “탈북자들에게 마음의 응어리가 있다보니 그런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시간과 신앙적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앙을 접하게 된 동기를 이해하라=중국에서 심리적 불안과 공포심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다 선교단체의 도움으로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정보사 등으로 구성된 기관에서 탈북 진위 여부를 조사받는다. 합동심문 과정에서 평화교회를 접하게 되며, 이후 경기도 안성 하나원으로 옮겨져 하나교회를 만난다. 하나원 생활이 끝나면 이들은 일반교회와 연결돼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이렇듯 탈북자들은 여러 경로와 과정을 통해 소외감과 감정억제, 질병, 가치관 혼돈의 상황에서 복음을 접하게 된다.

북한연구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북한이주민의 종교생활에 대한 7년 종단연구’(북한연구학회보 제13권 1호)에 따르면 탈북자들의 신앙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2000년 입국한 탈북자 1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종교를 유지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믿음을 얻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2004년 3.9%에서 2007년 38.3%로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탈북자들이 대인관계를 넓히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종교의 도움 받는 수준을 넘어 삶의 궁극적 가치에 접근하고자 하는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참고로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하여’가 6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교회는 일시적인 이벤트보다는 상담, 직업교육, 결혼예비학교, 노인대학, 청소년 대안학교 등을 통해 구원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할 필요가 있다.

강룡(33) 새코리아청년네트워크 대표는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선교사들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된다”고 소개했다. 최영일(37)씨는 “한국교회가 통일을 준비한다면서도 탈북자를 다문화라는 범주에 넣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탈북자의 내면을 헤아리지 않고 단기적인 이벤트로 ‘너희가 우리에게 맞추라’고 강요한다면 구원의 복음을 쉽게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긍휼 사역 대상으로만 보지 말라=탈북자들은 북한사회 속에 있을 때 겉으론 국가에 순종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내적으론 자신의 식량과 재산을 챙기는 이중적인 생활을 해야 했다. 특히 집단주의 교육방식에 따라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배척했기 때문에 의식구조엔 양면성, 이중성이 존재한다. 이런 구조 속에 있다가 감시 없는 남한의 자유체제에 들어오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탈북자는 삶을 위해 돈과 안정을 추구하게 되고,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교회로 옮긴다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탈북자 사역을 10년째 하고 있는 김영식 서울 남서울은혜교회 목사는 탈북자들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생활지원금 보조 수준이 아닌 말씀으로 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정부나 적십자사만으론 재정, 인력 모든 면에서 탈북자를 정착시키기에 역부족”이라면서 “결국 민간단체와 분담을 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곳은 교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근시안적으로 구제나 긍휼 차원에서 바라볼 게 아니라 남북한을 동시에 경험한 분들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3년 전부터 생활지원금을 끊어 70∼80%가 교회를 떠나는 고통을 겪었지만 남은 분들과 마음껏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탈북자 선교의 모델과 매뉴얼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교회가 통일선교를 위해 첫 단추를 꿰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백상현 기자, 홍두영 김슬기 인턴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