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턱없이 적다 하고 한쪽은 턱없이 많다 하고… 적정 변호사 수 논쟁
입력 2010-12-08 21:32
변호사 업계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이견을 불러온 2012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75%선으로 정해진 뒤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로스쿨 교수 및 학생들은 8일 2013년부터는 합격률이 80%선이 돼야 한다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힌 반면 변호사 업계는 75%가 너무 높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논란의 가장 큰 전제는 변호사 숫자다. 로스쿨 측은 변호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변호사 업계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추가로 대폭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입학정원의 75%가 되면 2012년 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1500명 이상이다. 1000여명을 뽑는 사법시험이 2017년까지 병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2012년부터 6년 동안에만 매년 2500명 이상의 변호사 자격자가 나온다.
그렇다면 적정한 국내 변호사 숫자는 어떻게 될까. 변호사 한 명당 국민 수를 놓고 보면 국내 변호사는 절대 부족한 상태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변호사 한 명당 국민은 5178명이다. 260명인 미국의 20배에 달하고 영국(420명), 독일(537명), 프랑스(1273명), 일본(4413명)보다 훨씬 많다.
국내 변호사 한 명이 처리하는 사건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2006년 기준으로 변호사 한 명당 신규 민·형사 소송 접수 건수는 399.3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4.2건의 12배에 육박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변호사 없이 재판을 하거나 아예 포기하게 되고, 형사사건에서도 법원과 검찰 처분만 기다리게 된다”며 “변호사 수는 현재보다 대폭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1977년부터 30년간 소송시장 규모는 연 평균 13∼1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변호사 수는 연평균 8.4%만 늘었다”며 “소송시장 증가율을 따라잡으려면 변호사는 매년 3000명, 판·검사를 포함하면 4000명 정도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법무사 변리사 관세사 세무사 노무사 공인중개사 등 10만명에 이르는 유사직역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게 변호사 업계 입장이다. 법무사 등 유사직역을 포함한 법률전문자격사 1인당 국민 수는 2007년 현재 423명으로, 독일(560명)보다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1억 달러당 법률전문자격사 수는 한국이 11.8명으로, 일본(0.6명) 독일(4.4명) 미국(8.5명)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강조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일거리를 찾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변호사가 더욱 늘어나면 오히려 소송을 부추기고 남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