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폭로 새 내용들, “시진핑은 2차 세계대전 다룬 할리우드 영화광”
입력 2010-12-08 21:46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중국 역사를 다룬 영화보다 할리우드 영화를 더 좋아한다는 내용의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電文·cable)을 위키리크스가 8일 공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의 호화 파티 장면도 공개됐다.
◇시진핑은 할리우드 키드=시진핑은 저장성 당서기였던 2007년 주중 미 대사관저에서 클라크 랜트 당시 미 대사와 만찬을 같이한 자리에서 자신이 할리우드 영화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2차 세계대전을 다룬 미국 영화를 좋아하고 ‘와호장룡’ ‘황후화’ 같은 중국 역사물은 싫어한다고 밝혔다.
랜트 대사는 바로 다음 날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당시 랴오닝성 당서기)와도 만찬을 했다. 리 부총리는 자유무역과 법치주의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전문은 리 부총리를 ‘호감이 가고 박식하며 유머 감각이 있다’고 묘사했다. 미 대사관은 중국 차기 지도자의 됨됨이를 파악하기 위해 이 같은 비공식 만찬과 접촉을 자주 가졌다.
◇사우디 왕족 광란의 파티=이슬람 율법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정작 왕족들이 술과 마약에 빠지고 매춘부들이 흘러넘치는 파티가 은밀히 성행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 외교전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한 사우디 왕자가 마련한 핼러윈 파티에는 필리핀 바텐더가 밀주로 칵테일을 만들었다. 150여명 참석자 중 절반은 여성이었고, 이들은 대부분 매춘부였다. 이런 파티에선 코카인과 해시시로 불리는 고농축 마약도 곧잘 나돌았다. 이슬람 율법은 남녀가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거나 술을 마셔선 안 되지만, 종교경찰은 왕족의 파티를 모른 체한다고 전문은 적었다.
◇탈북 벌목공 미국행 묵인=2007년 1월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은 러시아 내 북한 벌목공 7명의 미국행을 러시아 정부가 묵인할 의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당시 벌목공들은 모스크바의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와 접촉해 망명을 요청한 상황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이들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 대사관은 “러시아 정부가 이 사안을 조용히 처리하는 조건으로 미국 망명 허용 가능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보고했다.
◇무조건 미국 편=호주의 킴 비즐리 주미 대사는 야당인 노동당 당수였던 2006년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이 벌어지면 호주는 미국에 줄서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2004년 알렉산더 도너 당시 외교부 장관은 대만 문제로 미·중 간 분쟁이 생겨도 호주는 관여하지 않을 거라고 천명한 바 있다.
미국은 케빈 러드 호주 외교장관을 혹평했다. 2008년 12월 작성된 전문엔 러드 장관(당시 총리)이 “아시아·태평양공동체(APC) 설립을 추진하면서 주변국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아무런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러드 장관은 8일 “이번 외교전문 폭로의 책임자는 호주인인 줄리언 어샌지(위키리크스 설립자)가 아니라 미국 정부”라며 “2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외교기밀에 접근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호주의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와 관련된 전문 1000여건을 별도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