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vs 美·노벨위 ‘평화상 시상식’ 양보없는 대치
입력 2010-12-09 01:12
중국 반체제 인권변호사 류샤오보(劉曉波)에 대한 노벨평화상 시상식(10일)을 앞두고 중국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서방 국가들 간 막판 ‘기싸움’이 치열하다.
미국 하원은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이틀 앞둔 8일(현지시간) 류의 석방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안을 의논했다. 결의안을 작성한 공화당의 크라이스 스미스 의원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1월 미국을 방문할 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정치적, 종교적 자유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프랭크 울프 의원은 “중국이 세계 각국의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막음으로써 나치 독일, 옛 소련, 미얀마 군정과 같은 대열에 서게 됐다”며 “중국은 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류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하면서 인권 문제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도 워싱턴의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 주최 세미나에서 류의 석방을 촉구하며 미·중 간 대화에서 인권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도 류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막바지까지 세계 각국과 주요 국제기구에 불참을 강권하고 있다.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100여개 국가와 기구가 류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명확히 지지했다”면서 노벨위원회를 직접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8일 사설을 통해 수십개의 개발도상국이 공개적으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류의 아내 류샤는 물론 친인척 친구 변호사들까지 가택연금하거나 출국을 금지해 대리 수상의 길까지 막았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의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인 샘 자이리는 “중국이 각국의 사절과 관련 인사들의 시상식 참석을 막기 위해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지원을 빌미로 ‘팔 비틀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까지 중국의 압력으로 19개 국가가 시상식 불참을 통보해 왔으나 노르웨이 주재 44개국 대사관에서는 참석 의사를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인도와 브라질도 시상식에 참석키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공자 평화상’이란 이름의 상도 등장했다. 중국의 공자평화상 수상자 선정위는 롄잔(連戰) 전 대만 부총통을 첫 수상자로 선정하고 노벨상 시상식보다 하루 빠른 9일 상과 10만 위안의 상금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롄 전 부총통은 수상 소식을 들은 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