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위기 와중에 막장국회… 국가도 국민도 안보이나

입력 2010-12-08 21:38

8일 오후 국회는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한나라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이 거친 몸싸움을 벌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뚫어라’ vs ‘막아라’=본회의 개회 예정 시간인 오후 2시를 15분 정도 앞두고 한나라당 당직자 등 100여명이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 들어섰다. 본회의장 입구를 점거하고 있던 민주당 당직자 등 100여명도 즉시 출입구를 봉쇄한 채 스크럼을 짰다. 본회의장에 이미 진입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안쪽 문을 여는 것을 신호로 한나라당 측은 “으싸, 으싸” 구호에 맞춰 스크럼을 밀어붙였다. 난투극에 가까운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중앙홀은 순식간에 고함과 욕설, 비명과 함성이 뒤엉켰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주먹으로 우리 당 강기정 의원의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와이셔츠에 피가 많이 묻었다”고 말했다. 거친 몸싸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출입문 앞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영춘 최고위원, 차영 대변인이 나란히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오후 2시23분. 본회의장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이 의결 정족수를 넘는 156명으로 알려지자 중앙홀의 한나라당 측은 “와!” 하며 환호성을 올렸고 현관문도 닫혔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본회의장 진입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야당의 반발에 막혀 실패하자 정의화 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본회의 사회권을 위임했다. 박 의장은 오후 2시쯤 본회의장에 대한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의장석 장악 전투=한나라당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에 진입하자 민주당 의원 60∼70명은 피켓을 들고 의장석 주변을 에워쌌다. 민주당 의원들은 “나쁜 사람들, 민주주의 짓밟아”라고 소리쳤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만둬”라고 맞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무성 원내대표의 지휘하에 전열을 재정비한 뒤 3시56분부터 의장석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곧바로 단상으로 올라가 야당 의원들을 1명씩 끌어내렸다. 양측은 30여분간 발길질에 멱살잡이까지 하는 몸싸움을 벌였다. 오후 4시25분쯤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은 의장석에 앉아 있던 민주당 최영희 의원을 끌어내렸다. 이때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김무성 원내대표를 향해 “역사의 심판 받을 거야. 청와대 지시야? 사찰에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라고 고함을 질렀다. 홍 의원은 계속 의장실로 오르려 했으나 여당 의원들의 저지에 막혔다.

의장석에 앉은 정 국회부의장은 4시45분쯤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야당 의원들은 단상 주위에서 “내려와”라고 구호를 외치며 단상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이주영 예결특위위원장이 예산안 심사보고를 할 때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마이크를 가로채려 했고, 결국 이 위원장은 발언석이 아닌 본회의장 중앙 복도에서 마이크를 들고 약식 보고했다. 예산안 등에 대한 투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5시15분쯤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들 다해 먹어라”고 외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