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상최고 실적에 사상최대 490명 ‘승진 잔치’

입력 2010-12-08 18:26


삼성그룹은 8일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490명 규모의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을 계열사별로 단행했다. 지난해 임원 승진 규모(380명)를 훨씬 뛰어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에버랜드·호텔신라 사장에 이어 이건희 회장의 3자녀가 모두 승진한 해에 삼성그룹을 ‘젊은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 이서현 전무를 비롯해 30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전무로 142명이 승진하고, 부장급에서 총 318명이 상무직을 달고 임원 반열에 올랐다. 이로써 삼성그룹의 전체 임원 수는 18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100여명 늘었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온 이 신임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에 부장으로 입사한 뒤 8년 만에,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42) 전무도 부사장으로 동반 승진했다. 반면 이부진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는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돼 대조를 이뤘다.

오너가와 인연을 맺지 않고도 발탁 인사에 이름을 올린 이가 적지 않다. 삼성에서는 통상 부장이 된 지 5년이 지나면 임원 승진 대상이 된다. 상무에서 전무가 되려면 6년, 다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려면 4년이 지나야 한다. 그러나 이번 승진자 490명 중 79명은 이런 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승진 대상자들이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30대 임원과 여성 및 외국인 임원 승진자도 다수 배출됐다. 삼성 TV 제품의 디자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은 삼성전자 양준호(39) 수석(부장급)이 상무로 승진하는 등 30대 3명이 상무로 발탁됐다.

또 여성 간부 7명이 승진했다. 이 중 삼성전자 송영란 부장 등 4명은 신규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삼성전자 미국 휴대전화 법인의 오마르 칸이 매출 확대 및 시장 1위 달성에 이바지한 공적을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하는 등 삼성전자 소속 외국인 7명이 상무로 올랐다.

이와 함께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은 삼성전자 노태문 상무가 전무로 발탁되는 등 수상자 7명 전원이 임원 승진자 명단에 들었다.

삼성은 “전무 이상 고위 임원의 경우 역대 최고인 172명을 승진시켜 향후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갈 CEO군을 두텁게 하고 사업별 책임경영을 가속화시켜 나가도록 했다”고 대규모 승진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또 “날로 치열해져 가는 기술경쟁 속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임원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1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21세기 창조의 시대를 선도해 나갈 역량을 갖춘 참신한 인물은 연령과 직급 연차에 상관없이 과감히 발탁해 경영진의 면모를 일신함과 동시에 그룹의 미래경영을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로 육성토록 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조만간 계열사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끝내고 내년도 경영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