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예산 2700억 삭감,국방 분야 1236억 증액
입력 2010-12-09 01:06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내년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5.5% 증가한 309조567억원이다. 논란이 됐던 4대강 사업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2700억원 삭감됐다.
◇내년 나라살림 309조원=최종 확정된 내년 예산안은 309조5518억원의 정부 예산안에서 4951억원이 줄어들었다. 증액분은 2조767억원, 감액분은 2조5718억원이다.
연평도 등 서북도서 지역의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긴급 전력 보강과 국방비, 서해5도 주민 대피시설 등에 증액이 이뤄진 반면 4대강 사업 예산은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2700억원 삭감됐다. 4대강 삭감액은 지난해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시 삭감 규모(4250억원)와 비교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국토해양부(정부안 3조2800억원) 예산에선 2000억원이 깎였지만 4대강 사업 핵심인 보와 준설 예산은 건드리지 않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국방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1236억원 늘어난 31조4031억원이 책정됐다. K-9 자주포, 대포병 레이더를 추가 구입하는 등 서북도서 전력 보강을 위해 4207억원을 늘렸다. 이 가운데 착수금 성격의 492억원은 올해 예비비로 먼저 지출할 예정이다. 반면 도입이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K-21 보병전투차량, K-11 복합형 소총사업 예산 등 2479억원은 삭감됐다. 예결위 관계자는 “국방 예산의 경우 서해5도 전력 증강의 시급성을 감안해 군의 요구를 감액 없이 반영했으나 시급하지 않은 무기도입 예산 등은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서해5도 종합발전지원 사업비로는 420억원이 신규로 책정됐다. 주민 대피시설 확충에 344억원이 들어가고 60억원은 주민 생활안정자금으로 쓰이게 된다. 이에 따라 서해5도 주민들은 내년부터 월 10만원씩 생활지원금을 받게 된다. 가구 또는 개인 등 생활비 지원 기준은 시행령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서민생활 안정지원 및 복지지출 확대 방침에 따라 참전명예수당(증액 규모 840억원), 경로당 난방비 지원(218억원),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97억원) 사업 예산도 증액됐다.
◇여야 대립 안건=박희태 국회의장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심사기일을 지정 통보했지만 심사기일을 넘기면서 본회의에 무더기로 직권상정됐다. 국가재정법 등 예산부수법안 18건 외에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동의안, 소말리아 파견 연장동의안, 서울대 설립·운영법률안, 과학기술기본법안, 친수구역활용특별법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법안 등 24건의 안건도 함께 처리됐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안건이 다수 포함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해양위원회 소관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으로 부채를 떠안은 수자원공사에 4대강 인근 지역의 개발권을 부여해 부채를 편법으로 해결하려는 악법이라는 입장이다.
LH의 채무를 정부가 지급보증해주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은 무리한 통합으로 부실이 발생한 LH에 세금을 투입한다며 민주당이 반대해 왔다.
UAE 파병동의안 역시 원자력 발전소 수주의 대가로 국군을 파병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원전수주를 위한 패키지 파병”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설립·운영 법률안’은 국립대인 서울대를 법인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30위권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게 정부의 입법 취지다. 하지만 서울대에 안정적인 국가 재정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돼 다른 지방국립대의 반발이 거세다.
이 밖에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하고 국가연구개발 사업 예산 배분·조정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과학기술기본법도 상임위를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지 8일 만에 처리됐다.
여야는 법안 단독 처리의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교과위가 오랜 기간 법안다운 법을 만들지 못해 관련 법안을 처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최악의 날치기로 ‘4대강 악법’인 친수법안과 금쪽같은 청년 장병을 파병하는 동의안을 처리했다”고 비난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