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표단 12월 14∼17일 中 등 6자 관련국 방문… “北에 역할하라” 對中 압박 가속
입력 2010-12-08 18:17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이 14∼17일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을 방문한다.
대표단에는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성 김 6자회담 특사 등이 포함됐다.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대표단은 베이징에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한반도의 최근 상황을 포함한 역내 안보 문제에 대해 협의를 계속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과 베이더 보좌관은 17일 워싱턴으로 돌아오며, 캠벨 차관보와 성 김 특사는 16일 각각 도쿄와 서울에 들러 미·중 협의 결과를 전할 예정이다.
스타인버그 부장관 등의 중국 방문은 6일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좀 더 강력한 중국의 대북 압박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정리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천안함 폭침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연평도 포격 등 잇단 북한의 도발과 관련, 중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반도 안정에 좀 더 역할을 하라는 압박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여기엔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줘 북한이 계속 도발적 행태를 보였다는 3국의 공통된 비판이 깔려 있다. 또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해 핵 확산에 대한 우려를 중국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뉴욕의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에서 가진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의 목적에 대해 “역내 평화를 추구하고 미국뿐 아니라 다른 전 세계 국가들에 위협이 되는 위험한 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 주최 세미나에서 “천안함 사건, 연평도 도발, 핵 프로그램 추진 등 모든 도발적 행동엔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히 전하는 데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6자회담 소집이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해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중국의 6자회담 긴급협의 제안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도 세미나에서 “북한의 호전적 행동은 역내 평화와 안정이라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눈 감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 강화를 촉구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방중 이후 중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정리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