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 EBS 연계 실패 불신 더 키워
입력 2010-12-08 18:12
우리나라 수험생들은 고달프다. 대학에 가기 위해 밤잠 못 자고 공부해야 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매번 바뀌는 입시정책 때문에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고사하고 십년지대계만 돼도 좋으련만 1년이 멀다하고 뒤바뀌니 시험 준비하기가 두 배, 세 배로 힘이 든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발표된 입시정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해 이를 믿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수능시험부터 문제의 70% 가량을 EBS 교재와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많은 수험생들이 EBS에 매달렸고 교재비로만 수십만원씩 지출했다. 하지만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점 분석 결과 EBS 연계 문제와 비연계 문제의 정답률이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김성렬 교육과정평가원장도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수능의 변별력을 유지하면서 70%를 EBS와 연계하려면 같은 지문을 쓰더라도 문제를 변형해서 어렵게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계에 따른 효과는 애당초 무리였다고 말한다. 물론 연계를 시킨다 하더라도 EBS 교재와 똑같이 출제할 수는 없다. 달달 외우기만 하면 고득점을 맞는다는 얘긴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어느 정도 연계를 시킬지에 대한 개념 설정도 없이 그런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교육당국부터 헷갈렸으니 수험생들이야 말해 무엇 할까. 오히려 EBS와 연계하면서 변별력을 유지하려다 보니 사상 최고로 어려운 수능 시험이 되고 말았다. 내년에는 쉽게 출제하겠다고 하는데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실 우리나라 같은 높은 교육열과 이에 따른 입시 전쟁터에서는 어떤 정책도 수험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교육당국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보다 학원 말을 믿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사교육이 계속 번성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