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투극 끝에 강행처리된 새해 예산
입력 2010-12-08 18:14
국회가 8일 오후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 등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언젯적 일이냐는 듯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안 처리를 놓고 7일 밤부터 난투극이 재현됐다. 언제까지 무책임 무신경 무상식한 구태가 되풀이돼야 하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2008년 12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임위 상정을 저지하려고 민주당이 쇠망치와 전기톱을 동원했고, 2009년 7월에는 미디어 관련법 때문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두 번 다 외신을 타고 한국 국회의 폭력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번에도 본회의장 출입문 강화유리가 깨지고 민주당 의원이 던진 의사봉에 한나라당 의원이 머리를 맞아 병원에 실려가는 등 파괴와 폭력의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온몸을 던져 싸우는 의원 보좌관들의 모습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때와 장소를 벗어나 발휘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단합하지 못하고 폭력을 불사하는 극한 정쟁을 벌이고 있으니 북한이 얼마나 즐거워할 것이며 세계는 얼마나 비웃을 것인가.
이번 파행 국회는 4대강 예산을 둘러싼 대립에서 비롯됐다. 한나라당의 2700억원 삭감안에 대해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의 70%에 해당하는 6조7000억원 삭감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주장을 함으로써 스스로 타협의 여지를 없앴다. 이는 민주당이 진정 4대강의 환경과 생태를 걱정한 게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한다는 정치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4대강 사업에 불합리한 예산 배정은 없는지를 따지는 실사구시를 도외시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이 함께 통과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에서 전투 경험이 없고 긴장이 풀어진 군대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여실하게 보았다. UAE 파병은 경제 외교뿐 아니라 군 전력 강화를 위해서도 천금과 같은 기회다. 309조567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에는 서해5도의 전력 보강과 주민 대피시설을 위한 증액분이 포함됐다. “의회 쿠데타”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상투적 과장법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