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피자 이어 롯데마트 ‘5000원짜리 치킨’ 논란 “서민 상권 침해” VS “거품 빠져 환영”
입력 2010-12-08 16:46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프라이드치킨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원형 종이 바구니에 담아 판매한다고 해서 이름 붙인 ‘통큰 치킨’은 기존 치킨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싸고 크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반기는 소비자도 있지만 대기업이 대표적 생계형 업종인 치킨 시장에까지 뛰어드는 것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신세계 이마트가 피자를 판매하면서 불거졌던 중소 상권 침해 시비가 재연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는 9일부터 전국 82개 점포에서 프라이드치킨 1마리(900g 내외)를 5000원에 판매한다고 8일 밝혔다. 치킨전문점과 비교하면 가격은 3분의 1이지만 크기는 20% 정도 크다.
롯데마트는 이처럼 싸게 판매하는 이유를 “생닭, 튀김가루, 식용유 등 6개월간 필요한 원료를 대량 주문해 원가를 낮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욱 조리식품담당 상품기획자(MD)는 “대형마트는 치킨 체인점과 달리 본사를 거치지 않고 원료 공급자와 직거래를 할 수 있고 산지를 일원화해 대량 소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전국 매장에서 월 평균 60만 마리가 판매될 것으로 보고 점별로 하루 최대 400마리를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치킨무(500원)와 샐러드(500∼2000원), 소스(500원)는 따로 판매한다.
롯데마트의 치킨 공략으로 당장 동네 치킨가게 운영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 구로동에서 배달전용 치킨가게를 하는 한모(53)씨는 “여기서 10분만 가면 롯데마트가 있는데 우리 가게 치킨의 반값에 판다고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며 “일단 상황을 보고 가격을 내리든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롯데마트 치킨은 워낙 저가형인 데다 배달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와는 타깃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치킨’은 이날 한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경제적 논리와 대기업의 책임, 윤리적 소비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회사원 양다래(27)씨는 “치킨 전문점이 차별화를 내세우며 가격을 슬금슬금 올려 치킨 한 마리가 1만5000원이 됐는데 생닭 원가가 1500원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너무 비싸다”며 “가격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통 치킨가게는 가공처리된 닭고기 한 마리를 3000~4000원에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한 네티즌은 “이제 ‘이마트 문방구’ ‘롯데마트 기사식당’ ‘홈플러스 포장마차’가 등장할 듯. 자영업자 죽이고 싹쓸이할 기세”라며 비판했다. 김건호 경실련 경제정책실 부장은 “대기업이 중소 상인들 업종에 진출해서 시장을 잠식하는 게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패턴이 근거리 소량 구매로 바뀌면서 대형마트가 손님을 끌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치킨은 동네 상권이 장악한 품목이라 큰 효과는 없고 대신 상생 분위기와 맞물려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