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0-12-08 18:23


(22) 성경저자와 원어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다(딤후 3:16, 벧후 1:21). 영감이란 하나님께서 인간 저자를 감동하여 그들의 개성이나 학식 등을 사용하심으로써 자신의 계시를 원본의 내용 속에 오류 없이 작성하고 기록하도록 하시는 것을 의미한다.

영감론은 신학적 경향과 교단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자연적 영감론(성경은 종교 천재에 의해 기록됨), 신비적 영감론 (성경 기자가 성령으로 충만), 기계적 영감론(하나님께서 불러주시는 대로 받아씀), 부분적 영감론(인간 이해를 초월한 부분만 영감됨), 사상 영감론(단어가 아니라 사상이 영감됨), 유오 영감론(영감되었으나 오류가 있음), 축자 영감론(단어나 내용 모두가 영감되었고, 성경 저자의 특성은 반영되었지만 오류는 없음) 등이다.

우리가 채택해야 하는 올바른 입장은 축자 영감론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성경 기자들이 사용한 언어와 문체들에 있다. 성경은 오랫동안 많은 저자들에 의해 기록되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 내용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체들도 다를 수밖에 없다.

구약의 히브리어나 아람어 문장들은 대체로 통일된 느낌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거의 1000여 년의 연대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약성경 저자들의 언어 사용이나 문체 등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구약성경 기자들이 기록했던 내용들이 어느 일정한 때에 그 시대의 언어로 기록되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해 준다.

모세시대 전후로부터 주전 7세기에 이르기까지 가나안 전역에서 발굴된 다양한 고대 문서들은 바벨론 문서처럼 음절 방언으로 되어 있지 않고 히브리어 알파벳으로 구성된 방언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고대 가나안 문서들은 대부분 히브리어의 고어체인 베니게어로 기록되었고, 아람어가 직접 영향을 미쳤던 바벨론 포로 전후까지 사용되었다. 바벨론 포로 이전에 기록된 구약성경들이 가나안에 돌아온 후 누군가(에스라로 추정)에 의해 또 다시 옮겨졌다는 것은 히브리어 용어와 문체들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주전 2세기쯤 히브리어 구약성경은 헬라어로 번역(70인역)되면서 모든 내용이 같은 시대의 언어와 문장으로 통일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감성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여전히 원형대로 보존되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신약성경에서는 인간 저자들의 특성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태생의 마태가 기록한 마태복음에는 빈번한 구약 인용과 유대인에 대한 관심, 아람어적 요소 등을 찾아볼 수 있고, 의사이며 역사가였던 누가가 쓴 복음서에는 수준급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탁월한 문장과 의학용어, 역사적 진술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한편 갈릴리 어부 출신인 요한이 쓴 요한복음과 서신들은 초보자도 읽을 수 있을 만큼 단어도 쉽고 문장도 투박하다. 그러나 그 전체 내용들은 직접 목격한 자가 아니면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심오하다. 당대 최고의 석학이요 문필가였던 바울이 쓴 서신들은 헬라어가 생긴 이후 최대의 걸작품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준 높은 지식과 헬라어 문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 저자의 다양한 특성들을 사용하여 자신의 뜻을 성경에 친히 기록하셨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성경에서 자신을 계시하셨고 지금도 성경을 통해 말씀하신다.

고영민 총장 <백석문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