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기의 溫 시네마] 팔레스타인 기독인의 핍박·고난… 화해의 기도
입력 2010-12-08 18:19
용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둠 속을 헤치며 숲 속으로 은밀하게 움직이고 카메라는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들을 쫓고 있다. 마침내 산 정상에 다다른 그들은 어깨 너머 보이는 시내의 야경을 등지고 무엇인가 익숙한 동작을 취한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다급하게 외친다.
“찍지 마세요.”
이들은 대부분의 무슬림과 함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살면서 주님께 예배를 드리는 몇 안 되는 기독교인이다.
모든 인간은 땅을 딛고 살아간다. 그 위에서 생을 영위하는 모든 영장들과 만나며 소명을 다한다. 그래서인가. 10세쯤 돼 보이는 소년의 얼굴에도 이 땅을 지키겠다는 결연함이 가득 차 있다.
이스라엘에서 예수를 믿는 성도의 핍박과 고난에 관한 다큐 영화 ‘회복’을 올 초 극장가에 선 보였던 김종철 감독이 이번에는
‘용서’를 통해서 대중과 나누려 한다. ‘용서’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 중에 예수를 믿게 된 팔레스타인 크리스천이 동족인 무슬림에게 받는 핍박과 고난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수를 믿으면 죽음을 면할 수 없다는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태어날 때부터 이슬람교를 믿어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 중에서 기적처럼 예수님을 만나게 된 크리스천들. 이들은 몰래 숨어서 예배를 드려야 할 뿐 아니라 발각될 경우 가족, 친구, 자신의 생계수단 심지어 목숨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무슬림에게 납치되어 맞아 죽은 ‘라미’, 한때 팔레스타인 저격수였지만 지금은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을 위해 사역한다는 이유로 하마스로부터 현상금이 걸려있는 ‘타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대신 화풀이 상대로 택했던 아이들. ‘용서’는 그들을 담아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전한다.
2000년 전 로마인들로부터 쫓겨난 유대인들이 다시 돌아와 세운 지금의 이스라엘은 이제는 반대로 그 땅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을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 마치 살아있는 감옥과 같은 가자지구에 가두고 서안지구로 몰아냈다. 카메라는 아브라함을 같은 조상으로 믿고 있는 이 두 민족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목의 역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크리스천 관객뿐만 아니라 대중을 배려함으로써 자칫 기독교의 일방적인 전파에 그칠지도 모르는 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함이다.
‘회복’은 예수를 구세주로 삼았다는 이유로 같은 유대인들에게 핍박받는 ‘메시아닉 쥬’를 그렸다. 반면에 ‘용서’는 무슬림이지만 예수를 믿는 팔레스타인 크리스천을 조명한다. 팔레스타인 크리스천이 유대인 목사를 교회로 초청하여 발을 씻겨 주는 장면은 믿음을 지켜내기 위한 고통 속에서도 믿음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벼랑 끝에 선 용서와 두 민족 간의 화해의 모습을 보여준다.
‘용서’의 시사회가 끝난 후 이어진 간담회에 ‘회복’의 ‘데이빗 오르티즈’ 목사와 ‘용서’의 ‘타스’목사가 참석했다. 그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회복과 용서의 역사를 한국 기독교인과 함께 나누자고 기도하였다. 간담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을 받았다는 뉴스속보를 접했다. 성경에선 유대교 사람이 예수님께 침을 뱉고, 발로 차기도 했다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께 그들을 용서해 달라고, 그들이 뭘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기도하셨다. 오직 그분만이 사람들을 화합하고 하나로 묶을 수 있다. 하나 된 마음보다 무서운 무기는 없다. 어쩌면 그들과 닮아 있는 우리의 역사는 ‘용서’를 통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서울기독교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