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떡해…” 高3 교실마다 한숨

입력 2010-12-08 17:47


“자, 이제 성적표 나눠줄게.” 8일 오전 10시 서울 풍문여고.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던 3학년 8반 교실에 순간 긴장이 감돌았다. 조미영(36·여) 교사는 “성적표 받은 후에는 모두 패닉 상태가 되니 전달 사항을 먼저 말한다”며 정시지원 학생을 위한 상담 일정을 알려줬다.

조 교사가 성적표를 한 명 한 명 나눠줄 때마다 학생들은 실망하는 표정을 짓거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순서를 기다리던 학생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어떡해”를 연발했다. 성적표를 접어두고선 한참을 펼쳐보지 못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일부 학생은 예상보다 낮은 점수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조 교사는 “가채점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은 친구들이 많다. 그렇지만 점수가 떨어진 건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라며 위로했다. 그러나 학생 사이에서는 “재수 해야겠다”고 체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도 마음껏 기쁜 내색을 하지 못하고 실망한 친구들을 위로했다.

상위권 성적에 속하는 김신효(18)양은 담담한 표정으로 “가채점이나 모의 수능 점수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등급이나 등급 내 위치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EBS 연계에 대해 묻자 “외국어영역은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도 “EBS 연계가 공부량을 줄이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됐다”고 말했다.

김보경(18)양은 “점수 커트라인을 보고 지원 대학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며 “EBS에서 문제가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어려워서 도움이 별로 안됐다”고 했다.

그나마 수시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은 표정이 밝았다. 수시는 점수가 좀 떨어져도 수능 점수 최저 등급 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유리(18)양은 “가채점 결과보다 점수가 떨어진 영역도 있다”며 “정시에 ‘올인’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EBS 연계에 대해서는 “풀어야 될 교재가 한정된 것은 좋다. 영어 지문을 외웠던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도 “문제를 꼬아 내는 것이 많아 체감도가 좀 낮았다”고 전했다.

지난해보다 시험이 어려워 전반적으로 수험생의 성적이 좋지 않자 교사들의 표정도 무거웠다. 3학년 교실 곳곳에선 늦게까지 학생들을 다독이는 교사가 많았다. 교사들은 올해 수능 응시생이 크게 늘었고 내년부터 인문계 수리영역에 미분·적분이 추가되기 때문에 정시에서는 하향 안전 지원 추세가 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풍문여고 진학지도 담당 김재현(35) 교사는 “올해는 수험생도 많고 문제도 어려워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이 상승할 것”이라며 “진학지도도 까다로워질 듯하다”고 말했다.

EBS 연계에 대한 생각은 학생들과 비슷했다. 김 교사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당 EBS 교재가 10권이 넘기 때문에 학생의 부담이 적지 않다”며 “EBS 연계를 지속하는 것은 좋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