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련 고서적 DVD로 만들어 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마틴 유든 英대사

입력 2010-12-08 18:46


“몇몇 대학에 가보면 한국어로 된 고서적은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영어로 된 자료 수집에는 별로 투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틴 유든(사진) 주한 영국 대사는 8일 “한국인들이 자신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이런 책들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게 놀라울 정도”라며 “이런 자료들은 대개 외국인들이 산다”고 말했다.

외교관으로 10년 넘게 한국에서 근무했던 그는 1981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한국 관련 고서적 수백권을 DVD로 만들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그는 직접 런던의 서점거리인 차링크로스의 수많은 헌책방을 돌아다니고 웨일스 서점마을 헤이온와이 등을 뒤져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그가 가장 아끼는 책은 영국의 19세기 여행가인 이자벨라 비숍 여사가 쓴 여행 에세이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다. 비숍 여사가 1894년 한국을 처음 방문해 만주와 시베리아의 한국인들까지 만나 쓴 책의 원본으로, 98년 출판 당시 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는 세계 선교잡지 ‘셔토퀀(The Chautauquan)’을 펼쳐 보이며 “미국인 선교사 조세핀 캠벨이 1905년 서울 종교교회에서 찍은 한국 학생들 모습”이라며 “전 세계에 10부도 채 남아 있지 않은 매우 귀한 책인데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에서 10달러에 샀다”고 소개했다. 책자에는 일제시대 한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한국인의 풍습 등을 소개한 글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에 관해 다룬 글들이 담겨 있다.

그는 2003년 소장 자료들을 직접 엮어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이란 책을 영국에서 펴내기도 했다.

그와 한국의 인연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학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뒤 81년까지 주한 영국 대사관 정무담당 2등 서기관으로, 94∼97년에는 정무참사관으로 근무한 뒤 2008년 2월 주한 대사로 부임했다. 부인 피오나 여사도 서기관 근무 시절 한국에서 만났다.

한국의 고서적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81년부터다. 그는 “잡지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책들만 해도 500권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고서적 원본은 훗날 영국 런던대에 기증할 예정이다. 유든 대사는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 많은 돈을 들여 모은 것”이라며 “영국의 한 은행장이 직접 구매해 런던대에 기증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이임을 앞두고 있는 유든 대사는 다음주부터 한국 부임 기간 마지막 휴가에 들어간다. 그의 후임으로 스콧 와이트먼 외교부 아태지역국장이 부임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