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겨울산 트레킹’ 눈꽃 나무·뭇사람 대화는 평화롭다
입력 2010-12-08 17:25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이 쌓이면서 본격적인 겨울 트래킹 계절로 접어들었다. 갈색 능선이 설원으로 변하고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면 산은 울긋불긋한 차림의 트레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겨울산은 나목 아래 쌓여 다져진 눈을 밟으며 걷는 맛이 일품. 그러나 겨울산으로 떠날 땐 아이젠, 스틱, 장갑, 모자 등 산행장비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초보자도 쉽게 산행할 수 있는 겨울산으로 트레킹을 떠나본다.
◇곰배령(강원도 인제)=곰이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누워있는 형상의 곰배령은 해발 1100m에 위치한 드넓은 평원. 곰배령으로 가려면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설피마을을 통과해야 한다. 설피마을은 물푸레나무와 소가죽으로 만든 덧신인 설피(雪皮)를 신고 다닐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 인제와 양양을 연결하는 조침령 터널에서 설피마을을 거쳐 진동삼거리까지는 약 6㎞.
눈꽃 트레킹의 들머리인 진동삼거리는 영동과 영서를 잇는 보부상 길의 중간지점으로 옛날에는 주막이 있었던 곳. 삼거리에서 10여 가구가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강선마을까지 약 2㎞가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로 눈꽃이 활짝 핀 겨울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강선마을에서 곰배령까지는 약 3㎞.
◇노고단(전남 구례)=지리산은 동서 50㎞, 남북 32㎞, 둘레 320㎞로 3개 도와 5개 시군에 걸쳐있는 한국 최대의 산악군. 주봉인 천왕봉(1915m)을 중심으로 촛대봉 형제봉 토끼봉 반야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만 20개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산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봉우리는 지리산의 얼굴로 불리는 노고단(1507m).
노고단 겨울 산행은 자동차로 오르는 성삼재에서 시작된다. 산행객들의 휴식처인 노고단대피소에서 노고단 삼거리까지는 두 갈래 길. 왼쪽의 계단길이 지름길이지만 산과 강이 어우러진 산수화를 감상하려면 송신소를 에두르는 오른쪽 길을 선택해야 한다. 설산으로 변한 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구례의 들녘이 아스라하다.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 정상까지 1시간∼1시간30분.
◇덕유산(전북 무주)=덕유산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편안하게 오를 수 있어 가족을 동반한 산행객에게 인기다. 곤돌라에서 내려 정상인 향적봉(1614m)까지는 쉬엄쉬엄 걸어도 15분 안팎. 겨울 덕유산의 주인공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으로 고사목 가지에 핀 눈꽃이나 상고대가 그림 같은 풍경을 그린다.
상고대가 가장 멋스런 곳은 설천봉과 향적봉을 잇는 산행로. ‘눈 덮인 하늘 봉우리’라는 뜻의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나무계단을 따라 상고대와 눈꽃이 터널을 이룬다. 중봉은 겨울 덕유산을 대표하는 봉우리. 주목과 구상나무 고사목이 멋스런 철쭉 터널을 통과해 중봉 전망대에 오르면 덕유평전 너머로 남덕유산과 지리산 등 백두대간 능선이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선자령(강원 평창)=선자령 눈길 트레킹은 옛 영동고속도로의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양떼목장을 지나쳐 대관령기상관측소가 있는 순백의 눈길로 접어들면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산행로가 중계소를 지나 강원항공무선표지소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이곳에서 선자령까지는 2.8㎞. 소나무숲을 헤치고 능선을 오르내리면 평창군과 강릉시의 경계인 새봉이 나온다.
백두대간 주능선의 한 자락인 해발 1157m의 선자령은 바람이 워낙 거세 눈이 많이 내려도 쌓일 틈이 없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은빛 설원은 계곡을 넘어 삼양 대관령목장의 초지로 이어진다. 멀리 눈을 뒤집어쓴 대관령목장의 축사가 달력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롭다.
◇태백산(강원 태백)=태백산 산행 코스는 유일사, 백단사, 당골, 문수봉 등 4가지. 그 가운데 31번 국도변의 유일사매표소에서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천제단∼단종비각∼용정∼망경사∼반재를 거쳐 당골로 하산하는 코스는 경사가 완만한 데다 3∼4시간밖에 안 걸려 늘 산행객들로 붐빈다.
산세가 약간 험해지는 태백산 중턱부터 정상까지는 주목 군락이 설경을 배경으로 이색적인 풍경화를 그린다. 태백산에 뿌리를 내린 주목은 약 4000그루로 가장 높은 장군봉(1567m) 아래 능선은 주목의 고사목 군락으로 일출 명소. 주목 가지 끝에 해가 걸리면 북쪽으로는 설경이 멋스런 함백산(1573m) 은대봉(1442m) 금대봉(1418m) 등 백두대간 봉우리들이 두루마리 그림처럼 펼쳐진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