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해진] 현대건설 매각, 때 놓치지 말아야

입력 2010-12-08 18:48


현대건설의 새 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주체로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채권단과 시장의 의혹 해소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버티는 우선협상대상자 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인 가운데 정작 매각대상인 현대건설은 소외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의 새 주인 찾기가 원점으로 돌아가 장기화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고, 심지어 이번 정권에서는 재매각 시도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자신들의 입장만 고려한다면 매각절차를 중단하고 유찰시키는 쪽이 속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자니 시장의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반대로 현대그룹의 손을 놓고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자니 채권단의 졸속심사를 인정함과 동시에 현대그룹의 소송에도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유찰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매각주체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문제를 피해서 도망가는 비겁한 모습으로 비쳐질 뿐이다. 채권단이 지금까지의 혼선을 책임지고 매각절차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번 매각의 본질과 자신들의 역할을 분명하게 되새겨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역적으로는 중동지역에의 편중에서 벗어나야 하며, 사업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 건설사들의 해외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이 시기를 놓친다면 현대건설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성장의 문은 영영 닫혀버릴지도 모른다.

필자는 채권단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닥칠 소송의 위협이나 책임 추궁만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매각주체 중 공공기관인 정책금융공사와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있음에도 이런 모습이 비쳐져 더욱 그렇다.

채권단, 특히 금번 매각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이제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매각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매각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부터 줄곧 나왔던 얘기들을 되새겨보고, 입찰 이후 쏟아지는 질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제해진 블루아이콘 유한회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