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고 소박한 성탄·연말 선물 제안

입력 2010-12-08 17:57


‘흠도 티도,/금 가지 않은/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김현승 시 ‘눈물’ 중에서)

숭실대 채플 시간에 기도 중 쓰러진 뒤 병석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했던 김현승 시인(1913∼75)은 순금 같은 시어로 이처럼 ‘가난한 선물’을 바쳤다. 그는 ‘가을의 기도’ 등 청교도적 신앙으로 사랑을 노래한 한국의 손꼽히는 현대시인.

강림절. 우리는 저마다 내 이웃을 위해 값진 것을 준비한다. 이웃을 섬기는 일이 예수를 섬기는 일이므로 성탄 전야에 나눌 ‘나만의 명품선물’을 눈여겨보거나 직접 만들기도 한다.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 그런데도 턱없이 모자란 것 같은 마음. 정성이 빠지다 보니 고르고 골라도 어딘지 흡족하지 않다. 20대 인턴기자 홍두영 김슬기씨와 함께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이 감사해 금 가지 않은 소박한 선물을 골라봤다.

① ‘사랑쿠폰’ ‘효도쿠폰’ 들어는 봤나

할인쿠폰, 무료쿠폰, ‘1+1’쿠폰 등을 본 딴 것이다, 할인쿠폰 등이 상품 할인을 약속하듯이 사랑쿠폰은 사랑을, 효도쿠폰은 효도를 약속한다. 사랑쿠폰은 연인이나 부부사이에, 효도쿠폰은 자녀가 부모에게 발행하면 좋다. 예를 들어 효도쿠폰에는 설거지 1회권, 안마 1회권, TV보기멈춤권, 집안청소권, 신발정리권 등이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준비물은 종이와 색연필이 전부다. 종이를 적당한 크기로 나눠 각각의 지면에 약속된 서비스를 적는다. 이를 한 장 씩 잘라 선물로 준다.

유의사항도 표시하자. 한 번 더 미소 짓게 하는 센스다. “본 쿠폰은 타인에게 양도 및 대여가 불가능하다” “유효기간은 2011년 3월까지” 등.

장난스럽다고. 오히려 “재치 만점”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쿠폰 항목을 달리하면 친구, 직장과 교회의 지인들에게도 줄 수 있다. ‘맛있는 점심 1회권’ ‘커피 1회권’ ‘중보기도 1주일권’ 등이 가능하다.

② ‘소화기’에 리본을 달면 어엿한 선물

가정에 소화기는 필수다. 소화기가 있으면 초기 진화가 가능하다. 소화기 하나로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소화기를 갖고 있는 가정은 흔치 않다. 그렇다고 내 돈 주고 사기는 멋쩍다. 항상 바라는 바이지만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이 참에 소화기를 선물하자. 가격은 의외로 만만하다. 1만∼2만원에 그친다. 하지만 효과는 1억∼2억원이 될 수 있다. 소화기 선물은 안전을 선물하는 격이다.

소화기를 선물로 주기 쑥스러우면 노란색 또는 파란색 리본을 달자. 소화기 몸체의 빨간색과 어울려 작품이 된다.

③ 영혼의 양식을 외웁시다. ‘말씀 암송 성구’

교인끼리 주고받은 선물 중 베스트셀러로는 암송성구도 꼽힌다. 많은 기독인이 평소 성경을 읽고, 큐티를 통해 말씀을 묵상한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암송한 성구가 큰 힘이 된다. 시중에 주머니에 쏙 들어가 갖고 다니기 편한 암송카드가 많이 판매된다. ‘주제별 성구암송 60구절’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딤후 3:16)

잉크 펜은 고대부터 사용됐다. 당시 펜은 뼈 조각으로, 점토에 글자를 새기는 데 사용했다. 잉크가 발명되자 잉크를 머금는 기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갈대와 깃털이 이용됐다. ‘갈대 펜’ ‘깃털 펜’이었다. 이 펜들은 귀족들이 사용했다.

④ 기원전부터 사용됐다는 ‘깃털 펜’ 소장품으로

1780년 철로 만든 펜촉이 대량 생산됐다. 이후 펜글씨는 상용화됐다. 하지만 볼펜 개발로 설 자리를 잃은 깃털 펜 등은 만년필로 진화했다. 만년필도 좋은 선물이다. 하지만 약간 고가다. 아예 역사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깃털 펜을 선물하자.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3만∼5만원선이다. 희귀성도 있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제격이다. 무엇보다 격조 있어 보인다.

⑤ 마음의 상처에도 붙이세요 ‘반창고’

상처가 나면 반창고를 붙인다. 칼에 베인 곳, 찔린 곳, 종기 난 곳은 금세 아문다. 반창고가 세균침투를 막아주고, 지혈도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반창고는 약품 처리된 거즈가 붙어있다.

그런 상상을 해본다. 마음에 상처가 났을 때 붙이는 반창고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과 섞여 살다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받은 상처도 많겠지만 남에게 준 상처 역시 만만치 않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1년간 상처 준 것에 대해 용서를 빌자. 예쁜 포장이 반창고의 가치를 높인다. 반창고 값보다 비싸더라도 포장에 공을 들이자. 그리고 한마디 “상처 난 네 마음에 붙여줘, 그리고 미안해.”

⑥ 부모님 사진을 예쁘게 복원 ‘추억선물’

부모님 사진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젊을 때는 자기 사진 보느라, 결혼한 후에는 자기 자녀 사진 보느라 부모님 사진이 있는 줄도 모른다. 부모님 사진을 모아 젊은 날을 찾아 드리자. 초중고 시절의 소풍, 체육대회, 대학 연예시절, 결혼식 등 오래된 사진을 디지털기술로 재현해 새 앨범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색이 바라거나 윤곽이 흐릿한 사진도 거의 완벽하게 복원된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이런 서비스는 쉽게 찾을 수 있다.

⑦ 100원짜리, 저렴하지만 가치 있는 ‘편지’

정성이 든 선물로 치면 편지만한 게 없다. 편지지와 봉투를 사러 문구점에 가야하고, 직접 손 글씨를 써야하며, 잘못 쓰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거기다 우표를 사야하고 우체통까지 가야 한다. 이메일 보내는 것과 비교하면 고역이다.

하지만 걸리는 시간만큼 마음이 담긴다. 준비하는 내내 편지 받을 사람을 생각한다. 내용이 틀리지 않도록 이야기를 정리한다. 그러면서 이 정성은 편지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봉투를 반듯하게 붙인 스티커, 깨끗하게 칠한 풀 자국, 편지지의 글씨체, 편지지가 접힌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메일은 소식이지만 편지는 그 자체가 선물이다.

⑧ 어른들도 원해요. ‘참 잘했어요’ 도장

“참 잘했어요.” 초등학교 선생님이 숙제 받아쓰기 등을 잘하면 노트에 찍어주던 도장이다. 아이들은 이 도장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이 도장은 요즘 대형 문구센터에서 팔린다. 어릴 때만 해도 선생님만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당장 매장에 가서 아이를 위해, 남편을 위해, 아내를 위해, 친구들을 위해 서너 개 사자. 그리고 이를 포장해 선물하자.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 격려가 필요하다.

⑨ 선물로 이것만한 것 있나 ‘목도리 장갑’

목도리 장갑 세트는 오래된 겨울철 선물아이템이다. 쉽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 또 겨울철에 항상 지니고 다녀 생색이 난다. 그러면서 가장 실용적이다. 목도리는 인체의 열 손실 중 80% 정도를 막는다고 한다.

⑩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 1순위 ‘내의’

이왕이면 보기에도 따뜻한 빨간색 내의가 좋겠다. 발열내의라고 해서 원단 자체에서 발열하는 제품도 있다. 신축성이 뛰어나 치수 고민이 적은 것도 장점.

글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