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이어 일렉트로니카 첫 앨범 낸 토미키타 “모든 음악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죠”
입력 2010-12-08 18:08
토미키타(42·한국명 윤진호)를 지난 5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커피숍 ‘톰앤톰스’에서 만났다. 그는 커피숍을 ‘톰톰’이라고 불렀다. “여기 본사 이사님이 제 팬이어서요. 자주 와요.”
토미키타는 기타리스트이자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하다 1994년 한국에 왔다. 1992년 ‘디자이어’라는 음악으로 전미 대학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고, 할리우드 영화 ‘사일런트 트리거’ OST 작업에 참여하면서 록한류라는 명성을 얻었다. 아이돌 스타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진 않지만 마니아층이 두텁다. 아는 사람은 아는 실력 있는 록 뮤지션. 그가 돌연 장르를 바꿔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뛰어들었다.
음반 녹음 작업 때문에 사흘 밤을 새웠다고 했다. 밤새운 얼굴이 아니다. “정말 요즘 제일 행복해요.” 열다섯 살부터 록 음악을 했다. 3년만 더하면 30년이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 결별하기로 했고, 결과는 대 만족이라고 했다.
“다이아몬드 이펙트(일렉트로니카 음반 1집)하면서 정말 (기분) 최고예요. 너무 신선하고 에너지가 마구 샘솟아요. 2곡 빼고 다 영어곡이고요. 해외 시장을 겨냥했어요. 물론 한국 공연도 할 거예요.” 멤버는 그와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주자 닥터 콴. 내년 1∼3월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과 미국 공연도 준비 중이다.
이달 중 발매될 다이아몬드 이펙트.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나이트 음악’이다.
“그럴 수 있어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트랜스 음악(유럽 클럽 음악)이고. 그치만 얘처럼(아이폰을 가리키며). 너무 좋잖아요. 음악이랑 인간, 그리고 기계의 만남. 너무 좋은 거예요.”
다이아몬드 이펙트의 뜻을 물었다. ‘다이아몬드 링 이펙트’에서 따온 말. 일식 직전 혹은 직후에 달 주위에 태양 빛이 반지처럼 보이는 현상을 다이아몬드 링 이펙트라고 한단다. 그런데 난데없이 하나님 얘기를 꺼낸다.
“가장 어두운 때에 가장 밝은 빛이 보이잖아요. 어둠이 있으니 빛이 있고, 슬픔이 있으니 기쁨이 있고. 성경에도 나오잖아요. 밝은 음악만 있고 어두운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 그렇겐 생각 안하거든요. 모든 음악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거니까요.”
그의 일렉트로니카 첫 앨범은 빛과 암흑이 교차하는 지점, 바로 경계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 중심엔 신앙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록 음악을 하면서 갈등도 많이 했죠. 특히 제가 어두운 사운드를 좋아하는 데 그런 사운드가 사탄의 음악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가 좋아하는 걸 어떡해요. 지금은 그것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성경을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는 그지만 록 세계에 입문하면서 하나님을 멀리했었다. 한때 가사나 음색이 퇴폐적인, 슬픔과 공포가 가득한 음악에도 심취했다. 술과 담배를 벗 삼아 방탕한 생활을 즐겼다고도 고백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앙적으로 완전히 회복됐다.
“방황했지만 자연스레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 캐스팅이 됐고, 멀어지려 해도 자연스레 다시 하나님께 다가가게 됐죠. 지금은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게 됐죠. 음악은 제 신부이고, 하나님은 제 전부예요.” 2005년 예수를 닮았다는 이유 하나로 마리아 마리아 예수역에 뽑혔던 토미키타다.
그가 닮고 싶은 뮤지션은 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록밴드 ‘U2’의 리드싱어 보노.
“보노는 매우 독실한 크리스천이죠. 하지만 크리스처니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요. 인터뷰 때도 얘길 안하죠. 하지만 U2의 음악, 보노의 음악엔 크리스천의 메시지가 들어 있어요.”
대중음악이지만 크리스천의 세계관이 담긴 음악을 하고 싶다는 토미.
대화 도중 그가 CD 한 장을 건넸다. ‘위드 갓’이라는 앨범이다. 지난해 커크 프랭클린 목사 내한 공연 때 오프닝 공연으로 선보였던 음악을 앨범으로 발매한 것. 지난 9월에 나왔다. “이건 제가 음악하면서 한 번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꼭 표현해야겠다, 그래서 만든 앨범이에요. 정말 쉽고 평이한 음악이에요. 바비킴도 피처링을 했고요.”
기독교인인 서정철(베이스), 임청(드럼)씨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수익금 전액은 굿피플 등에 기부된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CCM 앨범.
“사실 CCM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진짜 불쌍한 사람들, 하나님 못 만난 사람들은 교회에서 음악을 못 듣잖아요. 그런 분들은 부담스러워서 들을 수 없어요. 교인들끼리 교인들 안에서 지내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사도바울은 세상으로 나갔지 교인들 안에만 있지 않았잖아요. CCM을 부정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요. 다만 CCM을 해야 크리스천이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는 CCM음반을 냈지만 CCM가수가 될 생각은 안 해 봤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 그가 준 CD를 틀어봤다. ‘하루 종일 숨 가쁘게 살고/바람처럼 허무하게 잃어/세상이란 난 알 수 없네/이제 서야 모두 알게 됐어/허무하고 절망했던 시간/그분의 선물 감사해요.(‘주님의 선물’ 중에서)’
CCM이 통 귀에 들어오지 않던 당신이라면 일청(一聽)을 권한다. 전혀 다르다.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