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반상의 삼국지, 농심신라면배 2차전
입력 2010-12-08 17:17
제12회 농심 신라면배 2차전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부산 농심호텔에서 펼쳐졌다. 한?중?일 삼국의 연승대항전으로 펼쳐진 농심배는 지난해 이창호 9단의 막판 3연승으로 한국이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매번 한국의 위기상황에서 든든한 주장 역할을 해온 이창호 9단이 시드배정을 받고, 농심배와 인연이 없었던 이세돌 9단이 오랜만에 대표로 선발됐다. 여기에 목진석 최철한 박승화 등이 가세해 최강의 구도를 갖췄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전에서 1장으로 나간 이세돌 9단이 중국의 왕시 9단과 일본의 이야마유타 9단을 꺾었지만 중국의 씨에허 7단에게 발목을 잡혀 순탄치 않은 흐름을 보여줬다. 기세를 탄 씨에허 7단은 연이어 일본의 사카이 히데유키 7단마저 꺾으며 2연승으로 이번 2차전을 맞이했다.
2차전의 첫판은 한국과 중국의 대결. 얼마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 3개를 싹쓸이 해 중국은 침통한 상태였다. 이 기세라면 한국이 유리한 상황. 한국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예 박승화 5단이 출격했다. 2006년 프로가 되어 꾸준한 성적을 보여준 박승화 5단은 이번이 세계대회 데뷔전이다. 세계정상급의 벽은 높았다. 바둑은 125수 단명국으로 쉽게 끝이 났다. 이어 일본은 하네나오키 9단이 나왔다. 최근 저조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전원을 타이틀 보유자들로 구성됐다. 그중 하네나오키 9단은 6년 연속 농심배 대표로 선발됐으며, 지난 11기 씨에허 7단의 5연승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 대결이 농심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승부처. 그러나 씨에허는 강했다. 씨에허 7단은 아시안게임의 패배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기풍처럼 차분하고 침착하게 승리를 이끌어갔다. 다음 주자는 한국의 목진석 9단. 12월 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랑이다. 탄탄한 실력 뒤에 개성 있는 바둑을 보여주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목9단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불리한 바둑을 끈끈하게 버티며 씨에허 7단의 5연승을 저지했다. 다음으로 일본의 다카오신지 9단이 나와 목진석 9단, 퉈지아시 3단을 이기며 2승을 차지했다.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2차전 마지막 대국은 최철한 9단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농심배는 연달아 여러 판이 이어지는 만큼 기세싸움과 오더싸움이 치열하다. 마지막 3차전은 내년 1월 중국에서 열린다. 이제 한국 2명, 중국 2명, 일본 1명으로 압축됐다. 본인의 손으로 승부를 마무리 짓고 싶다는 최철한 9단. 3차전에서 그의 행보를 지켜보자.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