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논현주안교회, 신도시 주민 맞춤형 주일예배로 알찬 열매

입력 2010-12-08 17:50


지난 5일 인천시 논현동 종교부지엔

아담한 교회가 하나 들어섰다.

예배당과 사무실, 카페까지 갖춘 5층 건물의

논현주안교회.

개척 3년 만에 이룬 교회 건축이다.

모교회인 주안장로교회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지원이었을 뿐이다.

유헌형(54) 담임목사의 남다른 목회 열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 주안장로교회에서 20년 가까이 교역자로 섬겼던 유 목사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 교회를 개척했다. 하루아침에 대형교회 부목사에서 개척교회 담임목사로 신분이 바뀐 것이다. “부목사 때는 담임목사님이 시키는 것 위주로 하니까 어떤 면에서는 편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개척교회 목사는 사람, 재정, 심지어 화장실 청소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 써야 합니다. 대형교회에 있을 때는 모든 게 흡족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다 부족합니다.”



하지만 대형교회 부목사에게는 없는 개척교회 목사만 갖는 특권도 있다. 소신껏 목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논현주안장로교회의 주일예배는 설교보다 찬양 시간이 더 길다. 찬양 30분에 설교 20분, 거기다 설교 후엔 10분간의 통성기도도 있다. 주일예배가 여느 교회 금요 철야예배 같다. 주일예배에 승부를 건 유 목사의 소신 때문이다.

“현재 교인들의 80%가 1주일에 딱 한 번, 주일 오전예배에만 참석합니다. 수요예배나 새벽기도회는 아예 나오질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일예배 때 은혜를 못 받으면 교회를 아예 나오지 않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명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설교는 성경 본문의 뜻을 전하는 데 충실하고 있다. 예화도 없다. 요약된 설교를 빔 프로젝트에 띄워 교인들이 집중하게 한다. 설교를 듣는 것보다 적용하도록 하는 데 더 중점을 둔 것이다.

예배 후엔 소그룹별 식사가 이어진다. 신도시 특성을 고려해 새 입주민들을 교회에 정착시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소그룹은 지역이 아닌 나이별로 묶어 활발한 교제가 이뤄지게 했다. 교회 식당은 매 주일이면 웃음소리와 재잘거리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물론 전도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사역이다. 유 목사는 직접 교인들과 함께 평일엔 등산로나 아파트로, 주말이면 공원으로 나가 복음을 전한다. 1년에 두 차례 총동원 전도주일 행사도 연다. 전도의 일환으로 매년 성탄절이면 지역 주민들을 초청한 고급 디너쇼도 개최한다. 마술과 클래식 음악, 몇 만원짜리 고급 식사를 곁들인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논현주안장로교회는 2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1년 만에 100명, 3년 만에 300명 성도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유 목사는 성장을 추구하는 목회자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회에서는 새신자가 와도 등록을 강요하는 사람이 없다. 개척교회에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헌금 시간도 따로 없다. 건축헌금이나 주일헌금도 일절 강요하지 않는다. 강압적으로 하는 목회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지론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강요하는 걸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유 목사의 온화한 성품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가 성장에 대한 집착입니다. 성장에 집착하다 보면 숫자에 민감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본질을 잃고 맙니다. 목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야 합니다.”

하지만 유 목사에겐 집착과도 같은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다. 논현주안교회가 선교하는 교회(Missional church)가 되는 것이다. 원래 선교사 파송을 준비했던 유 목사는 교회 개척을 시작하면서 ‘선교하는 교회 목회자’로 꿈이 바뀌었다. 그렇다보니 선교에 대해서는 일종의 채무의식이 있다. 그는 새벽마다 선교지를 위해서 기도하며 논현주안장로교회가 이슬람권 선교를 감당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1∼2년 뒤엔 이 같은 기도와 바람을 행동으로 옮길 거라고도 했다. 선교를 꿈꾸는 수많은 교인들과 함께.



인천=글·사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