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늘푸른교회 조성호 목사 첫 시집… 작고 소박한 것들에 보내는 따뜻한 시선

입력 2010-12-08 17:45


경기도 안양의 늘푸른교회를 담임하는 조성호(사진)목사가 ‘침묵을 노래하는 악기’(창조문학사)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했다.

2002년 창조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조 목사는 작고 소박한 것을 사랑하는 ‘목사 시인’이다. 젊은 날, 핏발선 눈으로 정의와 진리를 이야기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소박하고 남루한 것들이 더 좋아 보인다고 고백한다. 보잘 것 없는 사물일수록 창조주의 뜻에 더 부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악기’는 조 목사가 등단 9년 만에 낸 첫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비가 되어 내리고 싶다’ ‘그의 하늘에 떠 있고 싶다’ ‘그 날이 언제일까요’ 등 76편의 아름다운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골장터’ ‘민달팽이’ ‘아버지의 설렁탕’ 등 제목만 보더라도 소박하며 정겨운 시어들이 등장한다. 시인이 살았던 서울 홍제동과 경기도 안양 인근의 풍경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목회와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이 내 시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목회와 시작(詩作)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목회를 펼치면서 가끔 그는 산문(散文)의 세계보다 시의 세계에 들어가야 함을 느낀다. 시어들을 찾다보면 작은 것, 세밀한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이 땅을 보시는 하나님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그에게 시를 쓰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 있는 행위다.

제목인 ‘침묵을 노래하는 악기’와 같이 그는 절대자에 대한 절절한 감성을 절제한다. 그러면서도 온 몸을 다해 하나님을 표현하고자 끙끙거린다. 시평을 쓴 홍문표 오산대 총장은 “조 목사의 시에는 바라보는 대상을 존재의 가치로 격상하면서 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사역자로서의 고민과 철학이 들어 있다”고 평했다.

‘엄마 잃고 울부짖는 아가들에게/한 아줌마 여경/자신의 젖가슴을 열어/내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인다/젖가슴을 푸니/13억이 감동한다/시는 젖가슴이다’(‘시는 젖가슴이다’에서)

그는 젖가슴을 열어 감동할 시를 쓰고 싶어한다. 동시에 젖가슴을 열어 ‘내 양, 네 양’ 구분하지 않고 맛있게 먹이는 목회를 하기를 소망한다. 그는 꽤 긴 시간 동안 이 땅의 작은 도서관들을 응원하는 한국작은도서관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시집을 펼치면 작은 것을 사랑하는 목사 시인의 마음이 들어온다.

이태형 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