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신삼국지-북·중 경협 최일선 ‘동북3성’] 中, 야심에 ‘창지투’ 개발 분주
입력 2010-12-08 16:11
중국은 ‘도문강(두만강) 구역 합작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지린(吉林)성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를 집중 개발하고 있다. 북한의 나선(나진·선봉) 및 청진항을 통한 동해 출항권을 염두에 둔 국가급 프로젝트다. 북한도 나선 및 청진항 개방을 통해 경제난 해소 및 개혁·개방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남북관계 및 한국의 협력이 핵심 키로 작용하고 있다.
◇꿈틀거리는 두만강 경협 벨트=지난 1일 오전 창춘(長春)-훈춘(琿春) 간 고속도로를 이용, 옌지(延吉)에서 승용차로 2시간쯤 동쪽으로 달리니 훈춘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10월 1일 정식 개통된 이 고속도로엔 북·중 간 물류 운송에 나선 트럭이 종종 눈에 띄었다.
최근 개발 붐이 일고 있는 훈춘시에서 다시 두만강을 따라 외곽으로 30여분쯤 달리니 북·중 간 최대 교역길목 중 하나인 취안허(圈河)세관이 나왔다. 북한 원정리와 연결된 원정대교(중국명 췐허대교) 중국 쪽 입구다. 훈춘 변경합작구 관리위원회 리리커(李立科) 부주임은 “이곳을 통해 지난해 1년간 60만t이 거래됐다”면서 계속 활성화될 걸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터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다소 위축되고 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반응이다.
인근 투먼시도 북·중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올 들어 활기를 띠었지만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투먼세관엔 하루 1∼2명만 왕래가 있을 정도다.
◇교통망 확충과 북·중 고위 지도자 관심 등 여건은 성숙=훈춘과 투먼시는 새로운 개발구를 건설하면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과 연계된 대교와 철교에 대한 보수공사를 마치는 등 만반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중국 중앙정부도 지난해 11월 ‘창지투 개발계획’을 확정한 뒤 대대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동해로 향하는 물류 허브를 목표로 창춘-훈춘 간 고속도로를 개통한 데 이어 지난 10월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이 구간 고속철도 공사에 착수했다. 중국 당국은 또 훈춘과 북한의 원정리-나진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건설해주기로 했다.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지린성 옌지를 거쳐 헤이룽장성 쑤이펀허(綏芬河)까지 15개 도시를 거치는 1389㎞의 동변철도도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곧 착공된다. 동변철도는 투먼∼훈춘 간 기찻길과도 연계된다. 나진항 1호 부두에 이어 청진항 부두 사용권까지 북·중이 합의한 건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양국 경협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까지 투먼과 나선, 청진을 잇는 철로 개·보수 작업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말 나선시를 특별 시찰한 뒤 올 1월 특별시로 승격한 나선시가 대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건 이 지역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개방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방중 당시에도 ‘창지투 개방선도구’를 돌아보며 중국과의 경협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북한 내 권력 서열 3위인 최영림 내각총리가 이끄는 30여명의 대표단이 지난달 초 8일간 이곳을 방문하는 등 북한 정부와 경제 관계자들의 왕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국을 방문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지난 2일부터 이곳을 집중적으로 다녀갔다.
◇남북 관계 호전 및 한국 협력 없이는 한계=훈춘과 투먼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창지투 개방선도구’ 개발에 있어 한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이 나선이나 청진에서 부산, 상하이 등 중국 남쪽으로 향하는 뱃길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창지투 개방선도구’ 개발을 북한 나선·청진항과 연계시키면서 염두에 둔 가장 큰 이유는 동해 출항권이다. 동해를 통한 수출에 큰 목적이 있다. 나아가 네이멍구 등 중국 내륙과 동북부에서 생산된 철광석 등 풍부한 지하자원 및 농산품을 상하이 등 남쪽 지방에 저렴한 물류비용으로 실어 나를 수 있다는 현실적 필요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리의 동해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여기엔 남북 간 협약과 한국의 협력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투먼경제개발구 강형종 부주임은 “나진항과 청진항을 사용하는 데 있어 북·중 양국 정부는 이미 협의가 끝난 상태”라면서 “최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가 냉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대한상의 베이징사무소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 입장에선 동북3성이 제대로 개발되려면 동해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남북 관계 호전과 한국의 협력 없이는 동해 출항권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옌지·훈춘·투먼=글·사진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