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신삼국지-젊은이들의 인식] 무조건 미워하지 않는다… 문화를 이해하고 배울 뿐

입력 2010-12-08 16:15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젊은이가 생각하는 이웃나라의 모습은 각각 어떨까. 본보는 한·중·일 세 나라가 만들어갈 ‘신(新) 삼국지’의 모습을 가늠해보기 위해 이들 국가의 젊은이들을 차례로 만나 인터뷰했다. 서울 베이징 도쿄에서 만난 한·중·일 청년들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인접국을 향한 애정 어린 목소리는 비슷했다.

#한국은…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만난 허핑(和平·20·여)씨는 내년 3월 서울대 국문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드라마를 보며 막연히 한국을 동경하다 지난해 12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를 묻자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했다.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생활환경이 위생적이며 환경보호에도 관심이 많다는 점을 열거했다.

하지만 지난 1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한국인의 삶’에 대한 평가는 야박했다.

“한국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공부합니다. 심지어 술도 정말 열심히 마셔요. 한국은 좋지만 한국에서 산다는 건 힘듭니다.”

서울 신촌에서 만난 야마시타 슌스케(22)씨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칭찬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리응원을 예로 들며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라고 정의했다. 일본 릿교대 관광학과 4학년이고 여행사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20여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

야마시타씨는 그 중 가장 깊은 인상을 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했다. 직접 봤던 경남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국인이 민감하게 여기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과거의 국권 침탈에 대한 질문에는 솔직하게 답했다. 야마시타씨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일본에서 교육을 그렇게 받았다. 과거 일본이 제국주의 정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됐을 것이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는 부분을 묻자 그는 관광학도답게 문화·자연 유산을 보존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호텔과 펜션이 들어서요. 하지만 일본에서 그런 것은 1980년대에나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노력,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일본이 확실히 한국보다 앞섭니다.”

연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노하라 모에미(22·여)씨는 우리나라의 첫 인상을 “힘이 느껴지는 국가”라고 했다.

노하라씨는 “밤새 놀아도 다음날 수업에 늦지 않고, 시험기간이면 도서관에 슬리퍼 신고 와 치열하게 공부하는 모습은 일본에서는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했을 때 뒤처지는 부분도 설명했다. 그는 “롤러코스터 같은 버스를 탈 때, 좁은 골목길에서 빨리 달리는 차를 볼 때가 있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중국은…

손지현(23·여)씨는 올해로 중국 생활 7년째다. 중의학을 공부하고 싶어 고교 진학을 앞두고 중국행을 택했다. 베이징수도사범대학 부속고교를 졸업한 뒤 현재 베이징대에 다니는 손씨를 중국 현지에서 만났다.

그는 중국을 한국의 소꿉친구로 정의했다. “가끔 싸울 때도 있지만 금방 화해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중국 대륙에 부는 한류에 대해 “한류로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을 더 가깝게 여기고 한국에 우호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며 “넓은 영토 만큼 문화도 워낙 다양해 깊이 파고들수록 더욱 심오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다른 어법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를 꼽았다. 손씨는 “존댓말이 많은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어는 영어처럼 반말이 일반적”이라며 “여기서 비롯되는 차이가 많다”고 했다.

니타 준이치(22)씨는 일본 교토 출신이지만 중국에서 생활한 기간이 더 길었다. 여덟 살이던 1996년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오게 됐고 지금은 베이징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다. 니타씨는 중국 생활에서 놀랐던 경험을 열거했다.

“중국 대학생이 공공장소에서 스킨십하는 모습은 일본 사람 입장에선 상상도 못할 수준입니다. 일본에서 온 학생 대부분은 이런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랍니다. 화장실 문화나 이런 것도 독특하죠. (남자 화장실에서는) 변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큰 변기에 같이 일을 보죠. 캠퍼스도 일본 대학은 한적하고 안정된 분위기인데 중국은 학생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니타씨는 일본 중국 두 나라를 경험했고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만큼 동북아 세 나라의 항구적 평화 방안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서로 의심하고, 과거사를 끄집어내 반목하는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며 “유럽처럼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에서 만난 이 학교 경제학부 3학년 경기동(24)씨는 “중국은 한국에 기회”라고 말했다. 경씨는 “중국 대학생 중에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이 많다”며 “중국이 이들을 통해 성장하면 우리나라는 인접국이라는 이점을 갖고 중국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일본 도쿄 와세다대 정보통신공학과에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이종훈(25)씨는 일본의 학문적 발전을 높게 샀다. 그는 “일본은 학문 트렌드가 다양하고 발전돼 있는 느낌”이라며 “학문과 학문을 연계한 융합학문이 잘 마련돼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일본에서 컴퓨터기술과 생명공학을 접목시킨 융합학문을 전공하고 있다.

일본의 공공의식도 높이 샀다. 이씨는 “일본에선 거리에서 침을 뱉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가 잘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독특한 인간관계도 형성된다고 했다. 그는 연애관계를 예로 들었다.

“일본인은 자기 친구가 있는 곳에서는 연인 관계를 밝히지 않아요. 그래서 커플룩도 절대 안 입어요. 커플 관계가 알려지면 서로를 아는 주변사람들이 불편해 할까봐 그렇다는 겁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겹쳐 때로는 불편할 정도예요.”

도쿄대 교육학과 4학년 윤형인(27·여)씨는 교수들의 강의 태도를 높이 샀다. 윤씨는 “도쿄대 교수들은 학생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크다”며 “한국은 유명대학 교수들이 자기 연구에 학생을 동원하거나 자기 연구에 바빠서 학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교수와 1대 1로 하는 연구가 많고 이런 과정 없이 졸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일본은 빨래를 밖에 널 때 쓰는 세제와 집 안에서 말릴 때 쓰는 세제, 그리고 밤에 빨 때 쓰는 세제를 따로 살 수 있을 정도”라며 “디테일한 부분에 탄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전통에 깊은 애착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윤씨는 “골목 길이가 50m에 불과한 오래된 작은 상점가를 민속촌처럼 만들어서 지금은 주말이면 외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며 “작은 도로도 전통 모습 그대로 잘 보존해 관광 상품화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만난 와세다대 2학년 야오창천(耀昌陳·20·여)씨는 다양한 장르가 잘 발달돼 있는 일본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야오씨는 “일본은 만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수의사, 지휘자, 테니스 선수 등 다양한 소재거리를 다루고 있다”며 “문화 강국의 저변이 잘 마련된 것 같다”고 했다.

베이징=임세정 기자, 도쿄=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