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신삼국지-북한관과 남북관계] 中, “北에 특별한 감정 없다”·日, “北은 미개한 나라”

입력 2010-12-08 16:14


한·중·일 세 나라에서 북한 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정치·외교적 이슈다. 최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국의 젊은이들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바뀐 반면 중국이나 일본의 젊은이들은 북한을 이야기하는 태도가 좀 더 신중해졌다. 서울 베이징 도쿄에서 세 나라 젊은이들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남북 관계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북한과는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아… 통일? 글쎄요.”=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지난 7월 실시한 ‘2010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20, 30대 젊은층의 50% 이상이 북한을 ‘지원대상 또는 협력대상’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상대인가’라는 질문에는 20대와 30대에서 모두 ‘별로 가능하지 않다’는 대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연평도 사태 이후 북한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은 더욱 부정적으로 변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해 ‘폐쇄성’ ‘독재’ ‘인권유린’ 등을 떠올렸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대 경제학부 2학년 박정근(21)씨는 “북한과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중국이나 일본보다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말했다. 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민간인을 공격해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슬아(27·여)씨는 “요즘 북한이 정치적 전환기이기 때문에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연평도 도발을 일으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북한이 동아시아의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김나라(28)씨는 “북한은 상당히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국가”라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이후 같은 동포라는 생각마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젊은이들 “북한에 대해 말하긴 곤란해…”=중국 현지에 있는 젊은 세대는 남한과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렸다.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통제받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당의 방침과 맞지 않는 내용의 댓글을 달면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젊은이들은 불편해 했다.

베이징에서 만난 고등학생 펑윈거(彭云샥?7)군은 “북한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남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면서도 “사실 북한이 너무 극단적인 상황에 있어 북한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힘들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연평도 도발에 대해서는 “서로 공격한 것이니 쌍방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연평도 도발 때문에 남한이 북한을 돕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은 연평도 도발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의대 4학년 자오졘둥(趙建東·21)씨는 “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은 남한에서 먼저 공격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며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제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요.” 그는 입을 닫았다.

도쿄에서 만난 야오창천(耀昌陳·20·여)씨는 조금 달랐다. 중국에 있는 젊은이들이 북한에 대해 언급하길 피했던 것과는 달리 야오창천씨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남한, 미국과의 외교 문제에서 북한을 하나의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야오창진씨는 “중국에서는 북한을 형제 국가라고 하지만 진심이 아닌 것 같다”며 “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영향력이 있는 만큼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북한 문제에 대해 함부로 발언하고 나서지 않는 게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속을 알 수 없는 나라…전쟁은 싫어요”=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북한은 ‘어려운 문제’다. 일본인 납치 문제 등으로 일본과 북한이 마찰을 빚어오긴 했지만 요즘 대학생에게 피부로 와 닿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와세다대 인간관계학과에 재학 중인 마츠바라 와카기(松原若木·22)씨는 “북한에 그다지 큰 관심은 없다”며 “북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평도 도발에 대해 들었냐고 묻자 다소 적극적으로 의견을 꺼냈다. 마츠바라씨는 “한국이 북한의 공격에 맞대응했던 것은 옳지 않다”며 “남한은 북한에 대해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는 코이케 오사무(小池修·28)씨는 북한에 대해 좀 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일본인의 입장에서 북한은 속을 알 수 없는 악동의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일본 언론에서 북한을 가난하고 어리석은 나라로 묘사하는 탓이 크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코이케씨는 “북한을 미개한 나라로 그리는 시각은 식민시대 일본의 조선관을 떠오르게 한다”고 했다.

베이징대 캠퍼스에서 만난 니타 준이치(新田純一·22)씨는 말을 아꼈다. 포격 당한 연평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접했다는 그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입장에서 뭐라고 말하기가 곤란하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전쟁은 싫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었다.

베이징=임세정 기자, 도쿄=최승욱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