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신삼국지-북·중 경협 최일선 ‘동북3성’] 한국 기업 타격… 사업 포기도

입력 2010-12-08 16:20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면서 동북3성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위축되고 있다. 대북사업을 하는 중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훈춘에서 직원 1100여명을 고용, 대형 속옷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연길트라이방직유한공사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까지는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물류운송의 편의성 때문에 중국 중개상을 통해 나진에서 임가공해 북한은 물론 한국과 외국에까지 수출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중단한 상태다. 장운식 사장은 “천안함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내년 봄쯤 사업이 재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평도 사건이 발생해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면서 한숨지었다.

북한산 농수산물을 수입, 한국에 수출하거나 의류를 북한에 보내 위탁가공해 들여온 뒤 한국에 반입시키거나 수출해왔던 대북무역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5월 정부가 대북교역 전면 중단조치를 내리면서 북한산 농수산물 거래가 전면 중단됐고, 의류 등 위탁가공품은 천안함 사건 이전 체결된 계약에 한해 최근까지 반입이 허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이들은 연평도 사건으로 더 이상 희망이 사라졌다.

단둥 한국인회 및 한국상회 이희행 수석부회장은 “북한 농수산품 수입판매나 의류 임가공 등 대북무역을 하는 한국업체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동북진흥전략(東北振興戰略)’이란 새로운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하면서 포스코와 SK등 한국 대기업의 동북3성 진출도 잇따랐지만 연평도 사건 이후 조심스런 행보이다.

이런 가운데 대북사업을 하는 중국업체들은 반사이익을 챙기고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한에서 농수산물을 수입한다는 옌지의 한 중국인 무역상은 “북한이 고립되면서 최근 수입물량이 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옌볜한국인회 및 한국상회 김진학 회장은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한국의 대북투자가 줄어드는 동안 중국의 대북투자는 급증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이 석탄과 철광석 등 북한의 지하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지난해 78.5%에 이르렀다. 또 중국의 대북투자 중 70%가 자원개발 및 인프라건설 부문에 투입됐다. 외국자본에 의한 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 25건 가운데 20건이 중국 측의 투자로 나타났다.

옌지·훈춘·단둥=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